미련
그냥
이대로 헤어져도 되겠다 싶었다.
이 상태로 서로 간에 소통 없이, 오해를 풀 여지도 없이, 각자가 알아서 생각하고 판단한 채로. 암묵적으로.
꾹꾹 참고 또 참고 하루씩 나날이 참으면
나중에 언젠간 빛바래져 있을 테니까.
그래도 우리는 아직 헤어지지 않았다는 혼자만에 합리화를 할 수 있으니까.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어 우리의 이별을 정형화시키지 않았으니까.
우리 둘 다 그 말은 내뱉지 않았으니까.
마음으로 삼켰으니까.
그러면서 점점 잊으려 하다 보면 정말 잊히게 된다. 수많은 시간들이 가차 없이 밀려오니 기꺼이 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