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Aug 04. 2018

불행

너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무엇을 얻어내고 싶었던 걸까.


나를 모르던 지난 오랜 시간 이미 견고히 구축된 너의 삶에 불변으로 정해진 몇몇의 기정화 된 것들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나 보다.

포용하는 척 이해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 너의 시간들 속에 무턱대고 들어가 너의 소중한 것들을 뒤죽박죽 헤집어내며 그 안에서 내 존재를 부각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 그래서 그토록 너에게 억지를 부렸나 보다.
나의 이런 모습까지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너를 일부러 지치게 했다. 넘쳐흐를 것 같이 아슬아슬하던 너의 힘듦에 난 기꺼이 한 방울을 더 했다.


나의 행동들을 너의 잘 못으로 정당화시켜 널 몰아세웠다. 사방이 벽이었지 넌. 탈출구였던 나까지 기어코 문을 닫는 순간 나의 이기심에, 내 자신에 경멸이 일었다.


널 끝끝내 내 곁에 머물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영영 널 못 놔줄 것 같아서.
네가 꼭 지켜야 할 몇 안 되는 것 들까지 끝내 내 손으로 무너뜨리고 싶어 질 것 같아서.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감히 할 수 있을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직 헤어지지 않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