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서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무엇을 얻어내고 싶었던 걸까.
나를 모르던 지난 오랜 시간 이미 견고히 구축된 너의 삶에 불변으로 정해진 몇몇의 기정화 된 것들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나 보다.
포용하는 척 이해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 너의 시간들 속에 무턱대고 들어가 너의 소중한 것들을 뒤죽박죽 헤집어내며 그 안에서 내 존재를 부각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 그래서 그토록 너에게 억지를 부렸나 보다.
나의 이런 모습까지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고.
너를 일부러 지치게 했다. 넘쳐흐를 것 같이 아슬아슬하던 너의 힘듦에 난 기꺼이 한 방울을 더 했다.
나의 행동들을 너의 잘 못으로 정당화시켜 널 몰아세웠다. 사방이 벽이었지 넌. 탈출구였던 나까지 기어코 문을 닫는 순간 나의 이기심에, 내 자신에 경멸이 일었다.
널 끝끝내 내 곁에 머물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영영 널 못 놔줄 것 같아서.
네가 꼭 지켜야 할 몇 안 되는 것 들까지 끝내 내 손으로 무너뜨리고 싶어 질 것 같아서.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감히 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