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새해만 되면 찾아오는 고질병

프리랜서 4년차, 연말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랐던 프리랜서의 겨울기록

by 온오프조이






프리랜서로 일한 지도 꽉채운 4년이 되었다.

해가 바뀌는 시점마다 나는 늘 비슷한 마음을 반복하는 중이다.

일이 많았던 연말은 붙잡고 싶었고,

아직 오지 않은 새해는 괜히 겁부터 났다.



연말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프리랜서 4년차의 하반기는 정말 연말까지 일이 몰려 있었다. 마감이 겹치고, 일정은 빽빽했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계절이 바뀌는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전, 함께 일하던 클라이언트들이 하나둘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그제서야 울리던 슬랙, 카톡 알림이 잠잠해지고,

미뤄두었던 숨이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 시기에는 연말이 지나가지 않기를 바랬던 것 같다.

새해가 온다는 사실이 기대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또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먼저 지쳐버린 탓이다.




새해만 되면 찾아오는 나의 고질병



새해가 되면 늘 기존에 하던 일 위에 무언가를 더 얹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긴다. 작년보다 나아져야 할 것 같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것 같은 기분이 따라온다.


나에게는 이 시기에 꼭 찾아오는 고질병이 있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다.

‘잘할 수 있을까’, ‘괜히 시작하는 건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들의 연속.


그래서 나는 겨울잠을 자듯 그 시기를 회피한다.

잠을 잔다. 아주 길게.

(웃기지만, 21시간 잔 적도 있다.)




막상 해보면, 별거 없다는 걸 알면서도



새해가 밝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미팅을 해보고 일을 시작하면 늘 같은 결론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별거 없다는 것.

일은 그냥 일이고,

그동안 해왔던 것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라는 단어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먼저 움츠러든다.

아직 오지 않은 일정과 결과를 미리 상상하며 괜한 두려움을 키우는 것도 매년 반복되는 나의 패턴이다.


이 막연한 새해의 두려움에서

나는 언제쯤이면 조금 더 담담해질 수 있을까,

가끔은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




불안정함 속에서 찾아온 작은 안도감



올해는 다행히 작년에 함께 일하던 기업들과의 연결 덕분에 내년에도 이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프리랜서에게 ‘연결’이 주는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다.


당장 큰 수입이 아니더라도, 다음 분기를 그려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물론 그럼에도 불안정함은 늘 따라온다. ‘이럴 바엔 다시 회사를 들어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스칠 때도 있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된다.

6년의 회사생활 동안 이미 충분히 배웠듯,

직장인이라고 해서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주변에 이미 10년 이상 회사를 다닌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은 다르지만,
그들이 하는 고민의 결은 생각보다 비슷하다.


미래에 대한 걱정, 일에 대한 회의,
그리고 지금 이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들.


그래서 나는 아주 단순한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에 충실하자.

현재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자.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불안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다루는 문제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늘의 일을 잘 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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