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모티콘 / 글쓰기 모임에서
판옵티콘. 죄인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감옥.
나는 지금 그 감옥에 갇혀있다. 다만 죄인이 아닌, 감시자로.
판옵티콘이라 불리는 이 감옥은 사각형의 고층 건물 형태이다. 사각형의 네 변을 따라 죄수들의 감옥이 있고, 건물 가운데에는 교도관들이 머무는 유리로 된 컨트롤 타워가 있다. 소등이 되지 않는 감옥과 달리 컨트롤실은 항상 어둡기에, 죄수들은 절대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설령 우리가 자리를 비운다고 해도 그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33개의 층 중 내가 담당하고 있는 곳은 10층. 이곳에 배치된 40명의 죄수들이 나의 소관이다. 판옵티콘에 수감된 자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불법 촬영 혹은 스토킹과 관련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 보이지 않는 시선에 대한 트라우마를 타인에게 심어준 대가로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나의 하루는 그런 그들의 하루를 지켜보며 흘러간다.
이따금씩 저편에 앉은 죄수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다. 물론 그 죄수의 눈에 보이는 건 검은 유리에 비친 본인의 모습일 뿐이겠지만. 거울 속 자신을 보는 죄수와 홀로 눈을 맞출 때면, 내가 저 죄수의 잔상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죄수들의 모습은 현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다. 가끔은 내가 화면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사면으로 된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40명의 죄수를 보며, 그들이 밥을 먹을 때 밥을 먹고, 그들이 화장실에 갈 때 나도 화장실을 다녀온다. 그러고 있으면 어쩌면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독방에 갇힌 기분이다. 하얀 방들 속 홀로 검게 갇힌 41번째 죄수. 이중 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나뿐이라는 것이 가끔은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고독하고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가상인지, 내가 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그들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교도관인지 혹은 죄수인지를 혼란스러워하며. 오늘도 나는 하얀 바탕 속 검은 네모에서 하루를 보낸다. 꺼지지 않는 40개의 화면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