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아래, 또 하나의 세상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by 박소민

천막 아래, 또 하나의 세상

인도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느 공터 한켠에 어김없이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색 바랜 천 조각들, 낡은 방수포, 줄에 널린 낡은 빨래들. 누군가의 집이다.

천막은 정교하지 않다. 기둥 하나에 천 하나를 걸쳐 비와 햇볕을 가리는 것이 전부다. 나무 한 그루가 기둥을 대신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양동이와 찌그러진 그릇 몇 개가 살림의 전부를 담는다. 바닥은 맨흙이다. 장마철이 되면 천막 안까지 물이 스며들고, 한낮의 기온이 45도를 넘는 여름에는 그 얇은 방수포 한 장이 태양과 사람 사이의 전부가 된다. 밤에는 그 천막 아래 온 가족이 엉겨 잠든다. 칸막이도, 문도, 자물쇠도 없다. 사생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그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늙는다.

건설 현장을 따라 이동하는 노동자 가족이기도 하고, 농촌의 가난을 피해 도시로 흘러들어온 이들이기도 하다. 공터가 있으면 천을 펼치고, 나무가 있으면 빨래줄을 매고, 어느새 그곳이 집이 된다. 그러나 그 집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정부 직원이 나타나거나, 그 땅을 개발하겠다는 누군가가 등장하면 하루아침에 짐을 꾸려야 한다. 항의할 법적 권리도, 보상을 요구할 주소지도 없다. 소리 없이 쫓겨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다른 공터 어딘가에 같은 색깔의 방수포가 다시 펼쳐진다. 쫓기고 또 쫓기면서도, 어딘가에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 도시는 그들을 밀어내지만, 도시는 또 그들 없이는 굴러가지 않는다. 우리가 머무는 호텔을 짓고, 우리가 걷는 도로를 닦고, 우리가 먹는 과일을 따는 손들이 바로 그 천막에서 나온다.

가장 마음을 흔드는 순간은 따로 있다.

지나가던 차 한 대가 천막 마을 앞에 멈춰 설 때다. 그들에게 물건을 나누어 주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먼저 발견한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 나온다. 때에 찌들고 맨발인 채로, 그러나 표정만큼은 눈부시도록 해맑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아이들의 발바닥은 딱딱하게 굳어 있다. 신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발을 신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나 그 눈은 살아 있다. 무언가를 받아 쥐는 순간 터지는 웃음소리는, 어떤 꾸밈도 없이 그냥 기쁨이다.

여인들 역시 때 묻은 사리 자락을 붙잡고 달려온다. 그들에게도 또 다른 나름의 계급이 있는 것인지, 결코 먼저 가지겠다고 싸우는 일도 없다. 가난이 만들어낸 풍경이지만, 그 눈빛만큼은 가난하지 않다. 그 해맑음이 때로는 보는 이를 더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는 낯선 얼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고달프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 문턱을 넘는 일이 쉽지 않다.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주소가 없는 사람은 제도의 바깥에 있다. 예방접종 한 번, 처방전 한 장도 그들에게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글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의 삶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 아버지 곁에서 자란 아들은, 언젠가 같은 현장에서 같은 노동을 한다. 가난은 대물림된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나는 그 공터를 지나치며 문득 내 아침을 떠올렸다. 알람을 끄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어 뒤척이던 시간. 샤워를 하며 물 온도가 맞지 않는다고 괜히 투덜거리던 순간.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정작 배는 고프지 않았던 나. 그 모든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닿지 못할 삶이라는 사실을, 나는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당연하지 않은 것들.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 비가 와도 새지 않는 지붕, 아이가 아프면 데려갈 수 있는 병원. 이것들이 권리가 아니라 행운이라는 사실을, 그 공터를 보기 전에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이다. 그 공터에는 매일 밥 짓는 연기가 오르고, 아이 웃음소리가 들리고, 나무에 걸린 빨래가 바람에 나부낀다. 누군가의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고,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가진 것이 없어서 비참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어도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얼굴. 그 얼굴이 우리보다 더 불행하다고, 나는 감히 단정하지 못했다.

도시는 계속 팽창하고, 공터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 천막들이 언젠가 완전히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를 향해 맨발로 뛰어오던 그 아이의 눈빛만큼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눈빛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내가 오늘 불평한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것이 인도의 어느 공터에서 내가 본,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