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인도의 국가나무는 반얀트리다. 장수와 지혜의 상징으로, 마을 어귀와 사원 주변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나무이기도 하다. 넓게 뻗은 가지에서 수염처럼 늘어진 공중뿌리가 다시 땅속으로 파고들며, 하나의 나무가 마치 숲처럼 자라나는 반얀트리는 인도인들에게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신이 깃든 존재이자, 마을 공동체가 그늘 아래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오래된 터전이며,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살아 있는 역사다.
그 상징적인 나무를 나는 매일 교통 체증 속에서 바라본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인도의 도로는 늘 막힌다. 차와 오토릭샤,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뒤엉킨 도로 위에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꼼짝없이 갇힌다. 그리고 그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 동안 자연스레 시선이 향하는 곳이 도로변의 나무들이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아름답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아름다운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다. 잎사귀 위에 수북이 쌓인 흙먼지가 어찌나 두껍게 내려앉았는지, 나무의 색이 청색인지 황색인지조차 구분되지 않는다. 생기를 잃은 듯, 가난한 인도인들의 어깨만큼이나 무겁게 고개를 숙인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제발 비라도 한 번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음 같아서는 큰비가 내려 저 나뭇잎 위에 무겁게 내려앉은 흑먼지들을 말끔히 씻어내 주었으면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간절한 바람을 품는다. 물론 비가 온다 해도 그때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씻겨 내려간 먼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쌓일 것이고, 나무들은 또다시 흙빛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그 잠깐의 청량함이라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저 나무들을 조금만 정리해도 도로가 넓어지고, 도시가 훨씬 숨통이 트일 텐데. 그것이 결국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러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주 정부에서 야심차게 도시 발전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나무들을 일부 정리하고, 그 자리에 건물과 도로를 세워 도시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소식이 몹시 반가웠다. 드디어 변화가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시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나무를 신성시 여기는 인도인들이 이를 극구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시위가 이어졌고,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시위에 나선 사람들 중 상당수가 꽤 유복하고 교육받은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가난하고 지친 도시의 삶을 개선하자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고 나선 이들이, 정작 그 불편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아이러니.
결국 정부도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올리려던 계획은 조용히 무산되었다.
나로서는 솔직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차 안에 앉아 그 흙먼지 가득한 나무들을 다시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복잡한 마음이 인다. 저 사람들이 틀린 것일까. 수천 년 동안 나무를 신성하게 여기며 살아온 문화가, 도로 몇 차선의 논리 앞에 쉽게 양보해야 하는 것일까.
반얀트리는 땅 위로 뿌리를 내리고, 다시 그 뿌리가 새로운 줄기가 되어 자란다. 하나의 나무가 수십 개의 기둥이 되어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킨다. 인도인들은 어쩌면 그 나무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변화의 바람 앞에서도 뿌리를 쉽게 놓지 않는 사람들. 그것이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완고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것이 이 나라가 수천 년을 버텨온 힘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꽉 막힌 도로 위에 앉아, 흙먼지 가득한 반얀트리를 바라본다.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하늘은 너무나 맑고 투명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