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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랑 Jan 23. 2020

1일차, 브뤼셀 공항에서 숙소, 숙소에서 학교까지

브뤼셀에서의 교환학생 시작

브뤼셀에 온 건 1월 21일이지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지금이다. 일단 학기가 시작하지 않아서 인지 시간이 매우 많고 교환학생에서의 생활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었으며, 내가 알아낸 정보를 조금이라도 공유하고자 글을 쓰기로 했다. 생각보다 브뤼셀에 사는 학생이나 한인이 없어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러다 바빠지면 안 할 수도 있다:) 더불어 가계부도 쓰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쓰던 가계부는 유로로 기입할 수가 없고 여기서 쓸 계좌랑 연동도 안 되어서 새로운 어플도 다운받았다. 2일 차까지는 기입했는데 언제까지 할지는 지켜봐야겠다. 매일은 안 쓰더라도 끝까지는 써봐야지.


브뤼셀에는 Zaventem 공항과 남쪽의..공항(아직 이용 안 해서 이름을 모르겠다)이 있다. 나는 한국에서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브뤼셀의 Zaventem 공항으로 입국했다. 터키에서도, 벨기에에서도 인종차별은 없었고 다들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입국절차를 밟을 때도 왜 벨기에에 왔냐고 물어서 'exchange student'라고 했더니 비자를 확인하고 좋은 하루 되라며 아무렇지 않게 도장을 찍어줬다. 이제 짐만 남았는데 짐이 혹시나 안 왔을까 봐 걱정하며 찾으러 갔는데 다행히도 잘 도착했다. 숙소까지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탈 수 있었는데 짐이 정말 무겁고 16시간 비행으로 지친 탓에 택시를 탔다. 후회는 없지만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다시는 타지 않을 거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약 15분 정도 달린 것 같은데 50유로를 냈다. 사실은 45.4유로인가.. 그렇게 나왔는데 잔돈이 없어서 50유로를 건네었더니 팁 줄 거냐고 묻는 기사의 말에 "NO"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숙소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곳에서 약 10일만 살 것이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떨어져서 집을 알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집이 2월 1일부터 계약이 가능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도저히 매물이 없어서 한 선택이지만 이것 때문에 정말 번거로운 일들이 많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지금 숙소가 더 가까워서 적응하기는 편할 것 같다. 숙소에 도착했더니 집주인인 엄마는 없었고 딸인 루나만 있었다. 인사를 주고받고 집을 안내받은 뒤 키를 받았다. 거실과 부엌이 붙어있으면서 매우 넓고, 내 방은 한국의 일반적인 방 정도의 크기였다. 2주 뒤에 또 이사를 가야 하니 짐 풀기가 더욱 싫어서 그대로 두고 안부를 전해야 할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캐리어의 절반을 차지했던 온수매트를 깔아서 키고 침대에 누웠더니 방 안의 서늘한 공기와 달라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브뤼셀에 도착한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한국의 미세먼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깨끗한 공기와 맑은 날씨, 푸른 하늘 덕분에 정말 들떠있었다. 평소에 브뤼셀 일기예보를 볼 때 맨날 흐리고 비였는데 어떻게 어제만 날씨가 그렇게 좋았을까. 그래서인지 피곤한데도 잠이 들지 않았다. 내가 다닐 학교(ICHEC brussels management school)의 한 캠퍼스가 숙소에서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그곳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오전 10시 30분에 비행기에서 내렸기 때문에 아마 그때가 오후 1-2시쯤이었을 거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정말 잘 변하는 편인데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비가 왔더라면 절대 안 나갔을 것이다. 


ICHEC brussels management school Anjou campus
ICHEC brussels management school Anjou campus

구글 맵을 키고 처음 거리를 걷는데 집들이 다 정말 '유럽' 같았다. 내가 상상하던 유럽의 모습이었다. 여유롭고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마을 같았다. 날씨는 좋고, 집들도 예쁘고 목적지도 있으니까 더할 나위가 없었다. 가는 길에는 작은 슈퍼, 중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피자집, 맥주집, 빵집 등이 있었다. 학교에 도착했는데 몇몇 교실에서는 수업인지 시험인지가 진행 중이었다. 들었던 대로 건물 2-3개 있는 작은 캠퍼스였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국제처 담당자와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이미 퇴근한 시간이라 만나지는 못했다. 국제처가 월, 화, 목, 금 9시~2시까지만 연다. 


돌아가는 길에는 빵집에 들러 머핀 하나를 사고, 슈퍼에 들러 물을 하나 샀다. 총 3유로. 그냥저냥 한 가격인 것 같다. 빵집에 들어가는 게 뭐라고 낯을 가리다가 "Hello, one muffin, please, Can I use a card?" 하고 나왔다. 사는 건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낯만 좀 안 가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친화력이 너무 없는 게 내 원래 성격인 걸 어떻게 하겠어.. 그렇게 사온 머핀과 물을 숙소에서 먹었더니 집주인이 돌아왔다. 나한테 좀 더 자세히 집에 대해 알려주었고 교통권은 어떻게 사야 하냐고 했더니 1회권을 한 장 줄 테니 이걸로 타고 역에 가서 사라고 했다. 그 역은 Stockel이었고 '내일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오후 6시쯤부터 졸리기 시작해서 일찍 씻고 내일 뭘 할지 찾아봤다. 우선 Stockel에 가서 교통권을 사고, 물이랑 먹을거리를 장 봐서 유심카드를 사러 갔다가 한인마트까지 들렀다 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나보다 한 학기 전에 브뤼셀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지금은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아서 보이스톡을 했다. 교통권이나 맛집에 대해서도 알려줬고 우리와 같은 한국 학교에 재학하고 브뤼셀에서 이번 학기까지 교환 생활을 하는 언니를 소개해줬다. 든든한 지원자를 얻은 기분이랄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야지. 


루나가 21일에 시험이 끝나서 친구들을 집으로 잔뜩 데려왔다. 11시쯤에 진짜 파티에 갈거라 11시부터는 조용할 거라고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안 자고 버티려고 했으나 10시쯤 정말 미친듯한 졸림으로 인해 아래층 거실에서 노래를 틀고 술 마시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데도 불구하고 잠이 들었다. 잠귀가 정말 예민한데 어제 일만 보면 세상 무딘 사람 같다. 새벽 2시에 깨긴 했다. 시차 적응인지 낯설어서인지. 그러다 또 4시에 한 번 깨고는 두 시간을 놀다가 6시에 다시 잠들어서 8시 반에 일어났다. 이정도면 시차적응 아주 잘한 것 같다. 다음날, 해가 밝게 떠 눈부셔서 깨는 아침을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매우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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