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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랑 Feb 03. 2020

1주 간의 프랑스어 수업, 그리고 이사

지난 월요일부터 5일 간 9시부터 4시까지 열리는 프랑스어 수업을 들었다. 굉장히 여유로운 교수님이신 건지 원래 수업이 그런 건지, 한국에서 들었던 빡빡하던 프랑스어 수업과는 좀 달랐다. 수업하다 말고 '기생충' 영화가 너무 좋았다며, 다른 영화를 소개해주다가 탱고 영상을 틀어주다가 벨기에 지도를 보다가 했다. 좀 더 프랑스어에만 집중했으면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학기 중에도 계속 프랑스어 수업을 들을 예정인데 오티를 들어보고 이런 식의 수업이 아니면 들을 거다. 특이한 수업도 있었다. 학교 근처에 있는 상점에 가서 물건들을 보고 단어를 외우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생 때 현장체험학습 간 것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수업 마지막 날에는 시험을 봤다. 자신과 자신의 나라에 대해 소개하는 짧은 발표도 했다. 프랑스어로 해야 하는 발표라 매우 어색했다. 시험과 발표를 평가해서 나의 프랑스어 수준을 증명(?)해주는 성적표를 준다고 했다. A1, A2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아마 A1일 것 같다.

로제 와인과 초콜릿 케이크

수업이 끝나고는 장을 보러 가거나 아는 언니를 만났다. 나랑 같은 학교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1년 교환학생을 와 있는 언니다. 이미 6개월을 여기서 살아서 들을 얘기도 많았고 재밌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Chez Leon에 가서 홍합 요리랑 새우 고로케를 먹었는데, 비싸기는 엄청 비싼 데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사이드로 나왔던 홍합탕이 훨씬 더 맛있었다. 체리 맥주는 드라이한 와인 느낌이었다. 바에 가서는 로제 와인이랑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는데, 달달한 케익과 드라이한 와인의 조화가 아주 적절했다. 

중국인 친구들이 만들어 준 음식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같이 수업을 들었던 중국인 친구 집에 초대받았다. 친구들도 그 날이 사는 집에서의 마지막 날이고 다음 날 이사를 해야 해서 음식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집이 엄청 크고 좋았다. 나랑 한국인 친구 한 명, 중국인 친구 세 명이 가서 총 7명이 같이 밥을 먹었다. 중국인 친구들끼리는 중국어로 얘기하고, 나는 한국인 친구랑은 한국어로 얘기하고 서로 얘기할 때는 영어를 썼다. 한국 이름을 한자로 써서 중국식 발음을 물어보기도 하고, 중국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어주기도 했다. 한 중국인 친구가 한국 드라마랑 예능을 굉장히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 있다고 했다. 나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한국인들 중에 중국에 관심 있는 경우는 거의 보질 못했는데, 중국인 친구들은 한국 뉴스도 많이 알고 있었다.(빅뱅의 승리) K-pop 때문인 것 같다.

처음 만든 알리오 올리오랑 버터로 구운 고기

집에 있던 날 저녁에는 요리를 해서 먹었다. 알리오 올리오를 처음 만들어 봤는데 처음 치고는 꽤 맛이 괜찮았다. 곧 이사를 해야 해서 식재료를 더 살 수 없어서 마늘만 넣고 했는데도 맛있었다. 아마도 여기서 요리에 재미 들릴 것 같다. 

내 방에서 보이는 뷰

드디어 5개월 동안 살 집으로 이사를 했다. 에어비앤비로 살던 집도 좋았지만 집주인이랑 주방과 욕실을 공유한다는 점은 좀 불편했다. 추위를 많이 타는데 장판 없었으면 큰일 났을 정도로 방이 추웠다. 새로 이사한 집은 굉장히 모던한 스타일이다. 총 3층짜리 집이고 1, 2층은 집주인 부부와 아기 3명이 살고 3층에 나를 포함한 4명이 산다. 3층에 주방과 욕실이 다 따로 있다. 처음 이사오던 날 집주인이 집에 없었어서 아직도 집주인이랑 인사를 하지 못했다. 유닛 메이트들이랑은 인사하고 small talk정도 해봤는데 다들 친절하고 착하다. 외국인들이랑 얘기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영어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더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것이다. 영어를 잘 못하니까 깊은 대화를 할 수가 없고,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친해지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영어를 조금씩이라도 공부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한다. 사실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위축되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새로운 집은 훨씬 따뜻하고, 깔끔하고, 조명이 밝다. 이불, 베개, 세탁기, 세제, 건조기, 건조대, 냄비, 그릇 등도 다 제공해줘서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나 혼자 저걸 다 샀다면 정말 앓아누웠을지도 모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짐 풀고, 세탁기를 돌려놓고 마트에 갔다. 자잘한 양념이나 식재료랑 샴푸, 린스를 사 왔다. 마트까지 걸어서 10분인데, 무거워서 진짜 힘들었다. 다음날 일어났더니 팔다리가 뭉쳐있었다.(빨리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마트에 갔다 돌아와서 저녁으로 토마토 파스타랑 스크램블 에그를 해 먹었다. 파스타에 넣을 수 있는 추가 양념을 사서 넣었더니 훨씬 맛있었다. 


다음날(오늘), 8시쯤 눈이 뜨였다. 요즘 맨날 11시~7-8시가 취침시간인데 한국에서도 안 하던 바른생활을 하고 있다. 쌀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서 한인마트에 갔다. 가는 길에 stockline이라고 잡화점이 있어서 그곳에도 들렸다. 겉에 간판은 되게 허름한 데 안에 들어가면 꽤 크고 싼 가격에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샴푸, 린스, 폼클렌징부터 주방용품, 욕실용품, 방석, 침구 등등 웬만한 건 다 판다. 어제 마트보다 싸서 여기서 살 걸 그랬다 싶었다. 처음 벨기에 와서 스튜디오에 산다면, stockline에 들려서 필요한 물건을 사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폼클렌징이랑 텀블러만 사서 나왔다. 방석이랑 패드도 팔긴 했지만 그냥 다음에 이케아에 가보려고 안 샀다. 


한인마트에 가서는 또 한참을 고민했다. 고추장, 된장을 사면 과연 내가 쓸 것인지. 소불고기 양념을 사면 내가 불고기거리 고기를 고를 수 있을 것인지. 뭘 파는지는 이제 아니까 다음부턴 꼭 필요한 목록을 적어서 와서 15분 안에 장을 다 봐야겠다. 별로 넓지도 않은데 3-40분은 있었던 것 같다. 쌀, 김치, 떡갈비 등을 샀다. 한국에 관심 많은 중국인 친구가 신라면을 사다 달라고 해서 신라면도 샀다.(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처음으로 지어본 냄비밥

집에 와서 처음으로 냄비밥에 도전했다. 쌀을 씻고 30분 동안 불린 뒤, 7분 간 센 불에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서 10분을 더 뚜껑 덮고 끓이고 불을 끄고 10분을 기다린 다음 뚜껑을 열었다. 물을 좀 많이 잡아서 그런지 밥이 질긴 했지만 나름 성공적이었다. 문제는 바닥에 눌어붙은 밥을 설거지하는 것이다. 아직도 물에 불려놨는데 잘 닦일지 모르겠다. 다 하고 나니 벌써 4시라 뒤늦은 점심을 먹었다. 밥, 떡갈비, 스크램블 에그를 먹었는데 스크램블 에그에 허브솔트로 간을 해서 먹으면 아주 맛있다.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단 게 땡겨서 'carrdefour express'에 다녀왔다. 젤리, 초콜릿, 호가든 로제 맥주, 피클을 사 왔다. 집에 와서 영수증을 보니 분명 나는 4개를 샀는데 5개가 찍혀있었다. 'vidange/leeggoed'라는 품목으로 0.1유로가 더 찍혀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니까 '비어있는/빈 상품'이라고 나왔는데 봉투도 가져갔기 때문에 도대체 뭔 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알아냈는데, 호가든 맥주 '병'에 부과되는 금액이었다. 나중에 병을 반납하면 0.1유로를 돌려준다고 한다. 반납하는 기계가 따로 있다는데, 마트에서도 길에서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유심히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한국에도 도입하면 좋을 시스템이다.(한국에서 가정에서 병을 따로 반납하는 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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