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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랑 Jul 15. 2022

신난다 처음 공을 찼다

풋살 Day1

1년 전쯤 골때녀를 보기 시작하면서, 풋살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이현이가 한 인터뷰에서 풋살을 하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고, 선수들의 성장이 멋있었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는 시험공부를 해야 해서 아쉽지만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1년이 지나고 드디어 풋살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는 지난주부터 시작인데, 비가 와서 취소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운동을 하려니 긴장이 되었다. 이미 오래 풋살을 배우신 분들도 있어서 친해 보이는 모습이 부러웠다. 1시간은 수업, 1시간은 경기로 진행된다. 처음으로 인사이드로 공을 차는 법을 배우고, 패스 연습을 하고, 드리블을 했다. 공을 차는 방법도, 드리블을 하는 방법도, 패스를 받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잘 듣지는 않았다. 그렇게 운동 신경이 없지는 않은데, 타고나진 않았다. 야외 풋살장이라 1시간 연습하고 나니 이미 땀에 절어있었다. 생각보다 1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팀을 나눠 풋살 경기를 하게 되었다. 첫날부터 경기라니 너무 부담스러웠다. 남한테 민폐 끼치는 게 싫은데, 이 경기에서는 그게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마 잘하시던 그분들도 나와 같은 시절이 있으셨을 테니 이해하시겠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경기를 하다 보니 풋살에 맞지 않는 내 모습들이 보였다. 


공이 무섭다. 바닥으로 오는 공은 괜찮은데 공중으로 날아오는 공은 피하고 얼굴을 가리기 바쁘다. 마치 고등학교 점심시간 때 열심히 공을 피하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저 공을 받아내야 하는데.. 골때녀에서 감독들이 칭찬으로 "얘는 공을 안 무서워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게 정말 큰 장점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공에 맞으면 아플 텐데 다들 어떻게 눈을 똑바로 뜨고 마주하는지 모르겠다. 


낯선 사람과 몸을 부딪히는 게 어렵다. 애초에 사람과의 스킨십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땀이 잔뜩 난 몸으로 그것도 공을 빼앗기 위해 몸싸움을 하는 게 낯설다. 상대방과 부정적이고 경쟁적인 신체적 만남을 가져야 하는 것이 어색하다. 아무래도 그래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인 것 같다. 


그래도 경기하면서 공을 몇 번 받고, 패스도 해봤다. 공이 나한테 왔으면 좋겠지만 동시에 어렵다. 일단 공이 나한테 오면 사람들이 다 나를 향해 오기 때문에 마음은 바빠지고, 몸은 그만큼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 여유가 없으니 연습하던 대로 공을 차지 못하고 힘은 실리지 않은채 그냥 발이 나간다. 한 번 잡고 찼으면 좀 더 잘 찰 수 있었을 텐데 일단 차고 본다..ㅎㅎ처음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반가웠던 것은 같은 학교 벗을 만났다. 등에 EWHA라고 적힌 티를 입고 계셨다. 혼자 내적 반가움만 가득 갖고 인사 한 번 못했지만 말이다. 


이래도 저래도 재밌다. 우선 공을 사서 연습해야겠다. 다음 게임은 좀 더 잘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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