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없이 살아남기
삐빅 -
1,250원이 찍힌 통로를 지나 지하철에 올랐다.
오늘은 핸드폰 대신 ‘강원국의 글쓰기’ 책을 안고 나섰다.
운 좋게 지하철 끝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폰에 열중하고 있었다.(물론 한 두 사람은 제외하고)
괜히 으쓱해진 어깨와 함께 책 한 페이지를 열었다.
첫 문장부터 낯선 단어를 마주한 나는 사전을 찾아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참, 폰 두고 나왔지.’
으쓱해진 어깨가 머쓱해질 정도로 누구보다 빠르게, 난, 핸드폰을 찾았다.
할 수 없이 어려운 단어를 메모장에 적고 집에 가서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다음 문장을 읽는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핸드폰에 의지하며 살았는지, 자각과 동시에 씁쓸함이 찾아왔다.
- 가끔은 핸드폰 없이 서점에 나와야겠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작 코너, 베스트 코너, 소설 코너… 다양한 코너를 지나며
다음 월급을 받으면 사고 싶은 책들을 핸드폰 메모장 대신 마음에 새겨보았다.
그렇게 서점을 돌아보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다시 한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 정도면 핸드폰의 노예 아니야?
2시간가량 지났을 거라는 짐작과 함께
지하철에 올랐다.
삐빅 -
1,250원이 찍혔다.
보통날과 다르지 않게 서점에 다녀왔지만
핸드폰 없이 책 한 권에 의지한 여정은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