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새미로의 PHOTO-멜버른

브리즈번에서의 재회

by 온새미로





우리 가족들은 해외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딸 가은이를 응원하기 위해 시드니에 모였다.

그리고 우리는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났다.

정작 가은이는 졸업 전 인턴으로 취업을 하는 바람에 우리와 여행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다.


한국은 꽤나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우린 패딩을 입고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멜버른의 갤러리아로 향했다.

갤러리아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참 많아 놀랐다.

이렇게 훌륭한 전시가 그것도 무료라니..

정말 예술에 진심인 도시구나 감탄하던 중 기획 전시가 내 눈에 띄었다.


갤러리아 마감시간이 다 되어 다음날 우리 가족은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전시에 관심 없는 가족들은 그냥 카페에 머물렀고 나 홀로 45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고 프랑스 화가 피에르 보나르 전시를 보기 위해 입장했다.



(프랑스 인상파 Pierre Bonnard Pierre Bonnard)는 포스트 인상파 운동의 프랑스 화가이자 판화 제작자이자 아방가르드 그룹 Les Nabis의 창립 멤버였다.

비슷한 예술적 성향을 가진 다섯 친구가 함께 모여 후기 인상파 화가 그룹을 형성했다.


이 작품은 피에르 보나르와 그의 아내, 고양이와 함께 파리 외각 센 강변의 작은 마을, 베르토네에 있는

시골집 식당을 나타낸다.

후기인상파 중 전위 화가 단체인 나비파의 창립자인 보나르는 그림을 참조로, 기억에서부터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여 그의 그림은 종종 꿈같은 느낌이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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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dining-room-in-The-country라는 대표 작품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화려한 색감과 감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우리의 눈을 황홀하게 했고 작가의 가구 배치는

관람자들의 눈을 한껏 호강시키고 행복한 색감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관람객들의 예술 작품을 대하는 자세는 그림자처럼 숨죽이며 감상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작품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보나르의 감각적인 멋진 가구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모델인 듯 사진을 찍는다. 환한 미소로 즐거워하는 그들은 예술을 사랑하고 작품들을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도 전시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한 동영상 작품 앞에서 머뭇거리던 나에게 상냥한 미소로 작품 설명을 해주던 Marietjie, 그녀는 브리즈번에서 의사인 남편과 함께 멜버른에 여행을 왔으며 멜버른 갤러리에서 나와 보나르의 작품 앞에서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었다. 불어로 상영되는 동영상의 내용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던

그녀는 남아공 출신으로 브리즈번에 살고 있으며 광고일과 함께 와인 Specialist로 활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멋지고 중후한 세련미와 상냥함을 장착한 그녀는 무척 매력적인 중년의 여성이었다.

우리는 각자 관람하다 다시 마주치면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브리즈번에 여행 오면 꼭 연락하라며 명함까지 나에게 내밀었다. 순간 나는 이민자인 그녀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여행의 목적지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와인 specialist로 활동 중인 그녀의 일상을 문득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2023. 6월에 나는 멜버른 갤러리에서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 전시 관람 중에 만난 친구가 있었다. 광고일을 하다 와인 스페셜리스트로 일하던 그녀는 멜버른 여행 중 나와 만나 인스타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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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개월 만에 브리즈번 여행을 하게 되었고 브리즈번 갤러리에서 다시 그녀와 재회하게 되었다.

자연에 들러 싸인 갤러리아에 있는 카페테리아는 분위기가 아주 고급 지고 멋스러웠다.

햇살 좋은 야외에 자리 잡은 우리가 안부를 묻는 동안 커다란 새 빈 치킨이 우리 테이블에 있는 샌드위치를 순식간에 훔쳐 달아나버렸다. 야외 테이블에서 가볍게 와인 한 잔씩을 즐기던 현지인들도 이런 일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듯이 모두 가볍게 제스처를 취하며 웃는다. 식사 도중 새에게 샌드위치를 갈취당해 황당했지만 그만큼 이 나라 사람들은 동물과 자연에 진심인 거 같다.

새와 점심을 나눠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카푸치노를 마시며 나에게 미소 지었다.

나는 여행자들에게 가끔 하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나요?"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답한다.

힘겨웠던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치열하게 살 자신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나라 남아공에서 젊은 날에 호주로 이민 와 두 아들을 잘 키워 독립시키고 이제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남은 여생을 즐기는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태어난 나라도 자라온 문화나 생활 습관, 생각이 달라도 사람 사는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고 자녀들과 가족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머나먼 낯선 여행에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인연을 만나 마셔보는 한 잔의 행복.

이것이 여행이 선사하는 또 다른 묘미인 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요즘 같은 시대라 가능하면서도

소중하고 재미있는 경험인 거 같다.

그녀는 분위기 있는 갤러리 카페테리아에서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와 달달한 카푸치노를 사주었고

바쁜 와중에도 그녀의 차로 호텔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내가 방문한 곳 중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은

단연 브리즈번 아트 갤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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