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신윤복의 그림이 눈앞에... 남녀의 상렬지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듯하다.
제23면 월야밀회 품을 달밤에 몰래 만나다
Moonlit Assignation
신윤복 무제월-지본체색
화면 28.2X35.6 c.
장안의 인적이 끊어지고 보름달만 휘영청 밝게 비치는 야밤중에 골목길 후미진 담 그늘 아래에서 남녀가 어우러져 깊은정을 나누고 있다. 남자의 차림새가 전립을 쓰고 전복에 남전대를 매었으며 지휘봉 비슷한 방망이를 들었으나어느 영문의 장교임이 분명한데, 이렇듯 노상에서 체면 없이 여인에게 허겁지겁하는 것은 필시 잠깐밖에는 만나 볼수없는 사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림새가 여렴의 여인은 아닌 듯하여 이 장교를 만나고 있는 여자의 전력도 대강 짐작이 간다. 하기야 조선 왕조 시대에화류계를 주름잡았던 사람들이 대개각 영문의 군교나 무예청 별감품들
같은하급무관들로서 이들이 기생의 기둥서방 노릇을 했던 것을 상기할 때 군교 차림과의 이러한 애틋한 밀회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달빛은 교회하고 밤이슬이 촉촉이 옷깃에 배어드는데, 후일 기약을 두고 발걸음을 나누어 헤어져야만 하는 이들의마음을 보는 이가 다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7 책 본
간송미술관 소장
1916년 11월에 만해 한용운이 오세창의 돈의동
자택을 방문하였을 때 열람한 화첩이다. 한용운이 매일신보, 고서화의 3일, 이란 연재 기사를 통해 밝힌 화첩의 내용이 현재 간송미술관 7 책본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1916년 11월 이전에 제작이 완료되었던 듯하다. 표제는 오세창이 직접 썼으며, 표지 내지에 적힌 근대 서예가 김돈희의 '화휘' 두 글자가 시작을 알린다. 오세창의 고모부인이창현후의 둘째 아들 이순명을 거쳐 전형필이입수하게 된 내력이 있다. 제1 책 1면 고려 공민왕의 <양도후트)부터 조선 말기 민영익 배의 <묵란폭>까지총 189인 244점이 실려 있다.
근역화휘 3종의 체제와 구성현재 국내에 근역화휘'의 이름을 가진 화첩이 간송미술관에 3종,서울대학교박물관에1종이 전하고 있다. 그중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근역화휘천지인 3 책은 오세창이근대 수장가 박영철에게 증정한 화첩으로, 1930년경에 성첩 되었던 것으로짐작된다. 그리고 간송미술관에는 7 책 본, 1 책 본, 3 책본이 소장되어 있다.
1 책 본
표제는 김돈희가 담당했는데, '현대첩'이라는 부제가
있다. 여기에서 현대'란 오세창이 살던 당대이자, 지금 우리가 말하는 근대를 가리킨다. 1917년을 전후하여 오세창의 고모부인 이창현의 묵란포>부터 이 한복 후의 (성재수간>까지 32인 38점이 수록되어 있다. 화첩의
걸표지를 직률로 장황한 방식과 화첩의 크기가 7 책본과 같은 까닭에 아마도 고려부터 조선 말기까지 수록한 7 책본에이어 근대 서화 작품만 선별하여 증보하기 위한 목적으로제작된 듯하다.
3 책 본
서울대학교박물관 3 책본처럼 작물과 문양 없는 종이로 장황한 천지인 3 책으로 된 화첩이다. 7 책본이고려부터조선 말기까지 시대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서화가들까지 폭넓게 다루었다면, 3 책본은 제한된 화면의 수를 고려한 이유인지 조선 중기부터 조선 말기까지 시대 화풍을 대표하는 서화가들로 선별한 느낌이 강하다. 조선 중기 이정후품의 <묵죽>부터 근대 이도영 후의<설리청창>까지 50인 70점이 실려 있다. 특히 70점 중 52점이 오세창과 깊게 교유한 당대 수장가 김용진출표의 수장인이날인되었다는 점에서 1920년경에 그의 수장품을 일괄 입수한 이후에 제작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어옹취수 # 어부가 취해 잠들다
Fisherman Asleep Drunk
김득신 숲(1754-1822)
지본담채
화면 22.8X26.8m
커다란 보름달이 소나무 가지에 걸린 여름밤 두 어부가 강가에 배를 대 놓았다.
어부들은 목이 좋은 곳에 통발을 여러 개 설치해 두고 잠시 쉬려던 것이 밝은달과 시원한 솔바람에 술과 안주를 꺼냈던 것으로 보인다. 배 위에 띠집까지 있
지만, 달빛 솔바람 맞는 것이 좋아 밖에서 통발을 하나씩 뉘여 기대 있다. 뒤쪽의수염이 적은 어부는 먼저 잠이 들었지만, 수염 무성한 어부는 아직 흥이 남은 듯팔 젖혀 노를 베고 무릎을 꼬고 달밤을 혼자서 즐기려고 하고 있다. 달빛과 맑은바람으로 심신을 닦고 잡은 물고기로 세상을 배 불리니, 마치 어부들이 강태공인 것 같다.
이어 잉어
백악산 조선말기 엄치욱
추색청산 가을빛 맑게 갠 산
탑원도소회 안중식
탑원도소회 롭을 탑원의 도소회
Gathering of Painters and Calligraphers at Tapwon
안중식 호부회(1861-1919) 1912년
지본담채
화면 23.435.4 cm
1912년 정월 초하루 밤에 위칭 오세창의 탑원챔에 모여 도소표라는 술을마시며 1년의 사기페륙을 물리치고 장수를 기원하던 문인 묵객들의 모임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탑원'은 종로3가역 부근의 돈의동에 살았던 오세창이 자신의 집에서 보면탑골공원에 높이 숫은 원각사탑이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인듯하다. 안중식은 초하루 밤의 상서롭고 흥겨운 주흥을 강조하기 위한 듯,
누각과 울창한 숲, 멀리 숯은 원각사탑만 흐릿하게 묘사하고, 나머지는 모두밤안개와 어둠 속에 뿌옇게 흐려놓아, 마치 마루 아래가 물안개에 젖은 거대한
호수처럼 보인다. 도도한 주흥으로 오만하게 내려다보면 실제로 그렇게 보이고그렇게 느껴졌을 터인데, 한편으로는 나라를 잃고 깊은 우수와 시름에 젖었을애국지사들의 슬픔을 전해주는 듯하다. 또한 이 그림은 현재까지 알려진 안중식의 가장 이른 실경산수화라 주목된다.
현재 대한민국 5만 원권 지폐 뒷면에 수록된 대나무이다. 다시 한번 지폐를 자세히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묵죽 대나무
Ink Bamboo
이정 (1554-1626) 견본수묵
화면 23.0 15.2cm
탄은 이정은 조선 중기 왕실 종친이자 조선을 대표하는 3대 묵죽화가 중 한 명이다. 종친으로서 정 3품인 석양정과 석양 군으로 봉해졌고, 시. 서. 화. 삼절로 불렸으나 그중 묵죽화의 명수로서 불후의 이름을 남겼다.
화면 오른편 아래에서 나온 대나무의 주간은 짙은 농묵으로 그리고, 그 뒤로 두 단계로 조절한 먹의 농담을 이용하여 봄에 돋아나서 위로 길게 뻗은 죽순과 함께 그림자처럼 나타낸 한 줄기의 대를 그려 넣었다. 각 마디에 자란무성한 댓잎은 왼쪽 위를 향해 날카롭게 뻗쳐있고, 줄기는 댓잎보다 가늘고 유연하다. 세 잎이 개자형을 이룬댓잎의 중첩된 표현과 길고 끝이 날카로운 댓잎의 깔끔한 처리가 돋보인다. 이처럼 먹의 적절한 농담 조절에 따른극명한 대비 효과, 대나무 줄기와 잎의 적절한 비례와 조화, 탄탄하고 유연한 대나무의 특성 표현이 시선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