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포장된 모습이 아닌, 현실의 전문대 교육과 수업
오전 10시 수업인데도 거의 매주 지각하는 학생이 더 많다는 사실,
시간 맞춰 등교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있거나 게임만 하며 교수를 기다린다는 사실,
휴대폰 말고는 교재나 필기도구 등 아무런 준비 없이 수업에 오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두 번 치러도 틀렸던 문제를 반복해서 틀린다는 사실.
설마 그럴까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제가 겪은 현실이다.
돌연변이처럼 토익 800점이 넘는 학생이 입학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학생은 점점 더 무기력하고 수동적으로 변해갔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대략 5년 전쯤으로 기억되는 어느 날, 온갖 자료를 동원해 한참 동안 내용을 설명한 후 잠시 쉬었다 하자는 말이 끝나자마자 한숨을 내쉬는 학생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이렇게 서로 힘만 들고 허탈감만 느끼는 수업을 해야 하는가? 왜 교수만 바쁘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가? 학생들도 졸음을 쫓아내느라 나름의 인내심을 발휘했겠지만, 수업에서 정작 무언가를 얻어가야 할 학생들은 왜 그렇게 수동적일까? 왜 멍하게만 있을까? 과연 나는 올바르게 잘하고 있는가? 내가 준비한 내용이나 방법이 맞는 걸까?'
재미있는 드라마는 길어도 집중해서 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본다. 수업이 예능 프로그램 같을 수는 없겠지만, 학생 입장에서 수업 내용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면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듯 관심을 꺼버릴 것이다. 설령 도움이 된다고 느끼더라도 교수의 설명이 너무 어렵거나 혹은 너무 쉬워도, 글자만 잔뜩 있는 벽돌책 같은 교재를 쓴다면 그 자체가 수업 집중과 참여를 방해하는 장애 요소가 된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적어도 십수 년 전부터 있어 왔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태도와 기초 지식을 문제 삼았고, 그다음에는 교수 학습법만 바꾸면 해결된다고 판단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과감하게 '학생들은 잘못이 없다'는 조금은 급진적인 생각으로 문제에 접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람 간의 시비를 가릴 때도 상대의 잘못만 찾아내려 하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90:10으로 상대의 과실이 크더라도 내 잘못 10%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세상이 달라지고 학생이 달라지면 교육 내용이나 수업 방법, 대학 차원의 교육 정책이 올바른지 따져봐야 하지만, 그다지 큰 변화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에 반해 신입생 부족 외에 외부로 드러내는 전문대학은 별 문제가 없다. 정말로 혁신적인 교육을 하는 것 같고, 학생의 미래를 보장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구성원은 늘 해오던 관성대로 움직인다.
교원들을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대학의 제도나 경영진들의 마인드는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니다. 대학 측은 부정하겠지만 학생의 성장보다는 학과의 생존을 우선의 과제로 삼도록 교수의 목을 조른다. 음식점 여러 개가 경쟁을 하는데 맛은 다 거기서 거기이니 길거리로 나가 전단지나 열심히 돌려서 손님 끌어오라고 다그치는 모습과 비슷하다. 교육 기관이면서도 교육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는 관심이 덜해 보인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 역시, 학생들이 성공적인 학업과 성장을 돕기 보다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여기는 시각이 먼저 드러난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교실이고 가장 중요한 활동은 수업이다. 일반적으로 수업은 교육 목표, 교육 내용, 교육 방법, 평가라는 네 가지 행위로서의 기본 요소가 있고, 여기에 교사, 학습자, 교육 환경이라는 세 가지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 역시 기본적으로 이 요소들을 주제로 구성할 계획이다. 각각의 글은 비판적 시각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에 대해 내 나름의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수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기준으로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변한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구성 요소들을 참고하여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보았다. 내가 파악한 문제와 내가 제시한 대안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전문대학을 모르던 분께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전문대학 교육을 맡고 계신 분께는 실천 가능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