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과 템플릿 제공하기

전문대학생의 학습능력 한계를 극복하는 가이드라인과 템플릿 활용법

by 온시

왜 학생들은 점점 과제를 힘들어할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수들은 담당 교과목을 수년간 계속 강의하게 된다. 특히나 전공의 기초가 되는 과목이라면 내용의 범위나 수준도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수업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몇 해 전에는 대강의 조건만 제시해도 다 알아듣고 과제를 해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느낌상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흔하게 보게 되었다.

시간 부족, 의지 부족 등의 원인도 있겠지만, 학습능력의 한계로 인한 문제가 더 큰 이유임을 학생을 개인적으로 지도하고 대화하면서 알게되었다.


전문대학생이 겪는 학습능력의 구조적 한계


대부분 전문대학생은 일반대에 진학하지 못해서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대학 교육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첫째, 넓은 범위의 복합적인 문제를 구조화하거나, 여러 단계로 나누어서 해결하는 역량에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세분화된 현장 실무나 명확히 주어진 문제는 비교적 잘 풀어나갈 수 있지만 포괄적이고 융합적인 문제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둘째, 추상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예를들어 사각형 면적 계산식은 알지만 건물 면적은 알아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특성은 공학교육인증 학습성과 기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설계능력은 일반대 학생이든 전문대 학생이든 모두에게 필요한데, 일반대 학생에게는 '포괄적으로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반면, 전문대 학생에게는 '구체적으로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요구하고있다.


해결책 1 :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템플릿'


이러한 학생들의 학습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첫 번째 해결책으로 생각한 것이 템플릿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템플릿이란 과제, 작업, 문서 작성 등을 위한 기본 구조와 안내, 예시가 포함된 양식을 의미한다. 물론 전문대 학생들에게만 템플릿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부적이냐 포괄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로 많은 경우에 활용하고 있다. 템플릿을 사용해서 얻는 장점은 분명하다.

첫째, 템플릿은 학생들에게 과제의 형식, 분량, 필수 요구사항을 명확히 알려주는 효과가 있다. 도대체 어디부터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막연함에서 벗어나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체계적으로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템플릿을 구성하는 각각의 항목 자체가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주택설계 과제를 예를 들면 진행 단계별로 작성해야 할 항목이 제시된 템플릿을 주면서 각 단계별 배점도 함께 안내하면, 평가 기준을 명확히 인지하는데 도움을 주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해결책 2 : 과정의 나침반이 되는 '가이드라인'


템플릿이 '결과물'을 위한 양식이라면, 가이드라인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안내하는 단계별 안내서라고 하겠다. 아무리 훌륭한 템플릿이 있어도 그것을 채워나가는 방법을 모른다면 무용지물이다.

이전 같으면 '인터넷 검색해서 지적도를 1/600 스케일로 출력해서 활용하라'고 알려만 주면 되었다. 하지만 크게 달라졌다. 가이드라인이건 개인적인 1대 1 설명이건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으면 대다수 학생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을 일대일로 지도할 수 없는 현실과 한 번 설명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상세한 가이드라인은 학생들이 최소한의 성취를 경험하고 학습을 이어가게 하는 필수적인 장치라고 봐야 할 것이다.

템플릿과 가이드라인 활용의 실제 : 주택설계 과제


아래는 주택설계 과목에서 실제 사용한 템플릿이다. 학생들이 한 페이지 안에 각자 설계한 내용의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환경 분석, 사용자 정의, 면적 산정, 설계 아이디어, 마감재 선정 등의 항목을 순서대로 제시하여, 학생들이 논리적 흐름에 따라 누락 없이 설계 개요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이 템플릿을 통해 주택설계의 결과물에는 어떤 항목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각 항목은 어떤 식으로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만들었다.

설계설명서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만 한 상태에서 부실한 과제물을 제출 받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구체적인 템플릿을 주고 상대적으로 충실한 과제를 제출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학습에 도움 된다고 나는 판단한다.

최종 설계안의 건축개요를 작성하기 위한 템플릿

아래는 주택설계 교과목에서 지적도 등본을 발급받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아주 디테일하게 만들었다. 혹자는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만들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막연하게 1/600축척으로 지적도를 발급받으라고만 한다면 아마 10% 정도 학생만 수행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이렇게 지적도를 발급하고 활용하는 절차를 하나하나 이미지로 만들어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덕분에 대부분의 학생이 스스로 이 단계를 완수할 수 있었다. 아마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았다면 수업 시간에 학생과 1:1로 붙어서 설명을 해줬어야 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가이드를 만드는 편이 조금은 낫다는 판단이 든다.


인터넷에서 발급받은 지적도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장 : 과제 템플릿에서 교과목 수행 포트폴리오까지


템플릿을 이용해 만든 과제물을 한 학기 동안 모으면 과목별 수행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적어도 과목 단위로는 모든 과제물의 용지 크기, 방향, 머리말 등 포맷을 일관성 있게 제공하면, 학기 말에는 통일된 양식의 결과물로 구성된 학생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자연스럽게 완성될 수 있다.

특히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 한다면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는 자동으로 개인의 구글 드라이브에 과목별로 축적된다. 교수자가 처음부터 통일된 템플릿을 제공하며 수업을 운영한다면, 학생들은 단순히 파일을 모으는 것을 넘어, 자신의 학습 과정과 성과를 담은 잘 다듬어진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아래는 용지의 크기와 방향, 머리말을 일관되게 만든 주택설계 수업의 과제 템플릿을 나열한 것이다.


물론 잘 디자인 된 한 권의 포트폴리오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래 예시는 교수자 드라이브의 모습이지만 학생들의 드라이브도 거의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수행과제가 학생 각자의 구글드라이브에 축적되는 것이다.


결론 : 성취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


전문대학생들이 겪는 학습의 한계는 교수자의 세심한 설계와 지원을 통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투입되는 교수자의 노력이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개인의 교수가 아니라 학과나 대학 전체 교수진의 일이 된다면 조금 수월해지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학습 과정의 나침반이 되는 '가이드라인'과 결과의 틀을 잡아주는 '템플릿'의 조합은, 학생들이 막막함을 딛고 일어서서 작은 성취를 경험하게 하는 효과적인 전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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