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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THE RECORD Apr 27. 2018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방학이 주어진다면?

청소년 인생학교, 꽃다운 친구들이 묻고 답하다. 

 중고등학교 때의 방학은 항상 끝날 때 마다 딱 한달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느긋한 시간도 잠시일 뿐, 하루 종일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방 방학이 끝나버렸죠. 해야하는 방학숙제들을 대충 급하게 해버리고 나면 다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무려 1년의 방학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온더레코드에서 만났습니다. 


뜻밖의 대화 신청서가 도착했습니다!


 꽃다운 친구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 전 자발적인 1년의 방학을 선택한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2016년 부터 시작해서 현재 3기 친구들이 2월 말 부터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온더레코드에서 만났을 때는 청소년 백수 생활 1달 째였습니다. 3~4월은 자기가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어서 사용한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3기 친구들도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시기라고 해요. 온더레코드에서는 3월의 활동을 돌아보고, 함께 떠날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꽃다운 친구들은 어떤 여행지로 떠나게 될까요?
3월을 돌아보며 좋았던 점, 고민되는 점을 각자 적어보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이 날 3기 친구들이 적었던 고민 중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짧은 방학에는 할 수 없었던 시간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친구들까지 깊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고민을 먼저 겪었던 1~2기 친구들이 고민상담을 해 주듯이 하나하나 답해주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Q. 시간이 너무 많아요. 

시간이 많이 남을 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뭘까’를 고민해보고, 고민을 해결했다면 좋아하는 일에 대해 시간을 활용한 것이다.
1년을 다 보내고 생각해보니 굳이 잘 쓰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큰 의미없이 살아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인 것 같아요!
배우고 싶었던 거 해보고 싶었던 거 다 해보세요 !!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제가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전 꼭 외국어를 배울거에요 ㅠㅠㅠㅠ 알바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시간 많을 때 아무거나 이것저것 해보라고 해주세요. 학교가면 진짜 피곤하고 바빠요ㅠㅠㅠ
저의 경우는 이것저것 시도하는 도중에 제가 한가지 몰입하게 되는 분야가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어인데, 그걸 하다 보니까 나름 시간도 전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는것 같았습니다. 이게 생기니까 새로 생기는 문제들도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 같았습니다.
1년 동안 자신이 좋아하고 몰입하게 되는 분야를 자신 스스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Q. 놀기도 잘 놀고 할 일도 하려면 계획을 어떻게 짜야할까요? 

해야할 일을 먼저하고 놀기. 저는 먼저 놀면 계속 놀고 싶어져요!
일단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꼼꼼하게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무조건 자신이 이걸 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야 해요.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못 이뤄요.
이 1년 동안은 꽃친이나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서 계획에 집착하지 않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저도 늘 숙제 계획을 세웠지만 몰아서 했거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Q.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하지 못해요. 

지금은 괜찮지만 그게 반복된다면 나중에 엄청 후회할 것 같아요. 제가 딱 그랬습니다 !! 그래도 실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은 하지마세요ㅠㅠ 꼭 필요한 일이면 언젠간 실행하게 됩니당 !! 하지만 미뤄서 실행 했을때엔 조금 더 힘들었어요 ㅠㅠ
원래 계획은 실행 하려고 세우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ㅎㅅㅎ 오히려 계획대로 하려고 하기보다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1년을 보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말은 쉽죠? 저도 1년 꽃친하면서 많은 계획을 세웠고 실행을 하지 못해서 실패도 했어요. 그냥 다시 시작하고 실패하면 또 다시 시작하고 앞에서 말했듯이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건 100% 공감돼. 나 꽃친 시작할 때 A4지 두 장에 계획 다 써놨는데 1/3도 실행 못했을 걸? 근데 사실 1년 방학을 보내겠다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계획인거야. 한국의 학생들 아무도 세우지 않는 계획을 너희는 계획하고 실현하고 있는 거야. 물론 하고싶은 게 정말 많겠지만 그걸 다 하지 못했다고 실패한 게 아니야. 이렇게 넘쳐나는 시간이 있어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이 많은 시간을 잘 관리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이 1년을 '나의 완벽한 계획들을 빠짐없이 실현하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고 1년을 쉬어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뒀으면 좋겠어. 그리고 계획을 세울 땐.. 정말정말 간절히 하고싶은 것들을 계획해. 내가 장담하는데 1년동안 문제집 몇권을 풀겠다 따위의 계획은 절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땐 할 엄두조차 못냈던 것들에 도전해봐. 예를들어 나는 일주일에 두번씩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가서 몇 시간씩 영어수업 보조교사로 봉사를 했는데, 학교 다닐 땐 생각도 못했던 재밌는 경험이었어.


Q. 1년 쉬는 것이 제게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요? 

저도 이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각자 얻는건 다르지만 좋은 점들을 한 가지씩은 다 가져가는 것 같아요. 저는 하고 싶은 걸 찾았고 또 지금은 한 살 어린 친구들이랑 학교 다니는 덕분에 이해심을 배웠고 선택하는 것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전보다 조금 더 현명하게 선택하게 됐어요 !!
이제는 평생 친구도 얻었고 꿈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할 시간도 얻었어요. 그리고 일 년 쉬면서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하구요. 그냥 1년 아무 생각 없이 보내도 괜찮아요. 그것도 나중엔 뜻깊은 시간일 수도 있다.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점? 정말 하고싶은 것들을 해보는 1년 이라는 점? 좀 시간의 여유를 즐기면 아마 꽃친이 끝나갈 때 의미있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1년 쉬는게 나한테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는... 아직 고민할 필요 없어ㅋㅋ 지금 이렇게 쉬는게 죄책감도 느껴지고, 이걸 해서 남는게 하나도 없으면 어쩌나 불안하기도 한 건 알아. 근데 아무도 안 가려고 하는 길을 가봤다면 뭔가는 차이가 생기게 돼있어... 근데 그 차이가 꽃친 하는 중에 생길지 꽃친 끝나고도 몇 년이 지나야 눈에 띌지는 몰라... So don't be so stressed out. 아직 한 달 밖에 안 지났어ㅋㅋㅋ


Q. 저와 다른 친구들이 많아요. 

조금 다르고 힘든 점이 있어도 1년을 서로 배려해주면서 지내니까 지금은 다들 너무 편하고 좋은 친구들이 되었어요. 내가 참는 만큼 남도 나를 참아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딜 가든 나와 다른 사람은 있어요.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나랑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의견도 잘 맞는 친구가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 친구도 나랑 완전히 똑같을 순 없죠. 가끔 의견도 안 맞고 난 저 영화가 그저 그렇지만 다른 친구에겐 인생 영화인 수도 있는 것처럼. 근데 나와 다르다고 문제 있을 건 없다고 봐요. 그냥 다를 뿐이지 좋은 사람 아닌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그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나 시선이 필요한 거죠.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도 없고 그런 시선으로 볼 수도 없으니깐요.


Q. 저와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더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나랑 친구는 다른 곳에서 지내다 만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같아요. 가장 뻔한 말이지만 서로 이해해주고 바꿔서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것 같아요. 너무 남을 나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그렇다고 다 참지도 말고 서운한 게 있으면 무작정 화내는 것보단 얘기해주는게 좋아요. 조금 더 지내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걸 알고 그 다양함을 인정하고 이해 할 수 있을거에요. 저는 그 다양함에서 얻는 것도 굉장히 많았어요.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제 경우에는 서로를 믿어주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편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과 그 친구가 고민이나 비밀을 이야기 해준다면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지켜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중요한건 다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 전 친한친구랑 많이 싸우면서 서로 알게되고 지금은 이해하고 언제나 믿어주면서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세상엔 아주 다양한 사람이 많아요 !!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않게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예전에 그랬는데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나랑 만나서 제대로 지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 라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정말 첫인상과 다른 사람들이 많아요.
나와 다른 친구들이 많단 건 정말 공감이야. 우리 때도 11명 멤버가 다 너무 달랐거든. 학교에는 더 다양한 애들이 많은데 정말 이해하기 힘들 때로 있어... 나도 친구관계가 서툴 때가 많은 것 같아.. 고민 리스트 중에 사람을 가려 사귄다는 이야기 보고 솔직히 뜨끔했어 ㅋㅋ 나도 친구 사귈때 며칠 지내보다가 '아 쟤는 나랑 너무 안맞아' 이러고 그냥 관계를 쌓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거든. 이건 정말 좋은 관계를 만들 기회를 막아버리는 안 좋은 행동인것 같아.친구 관계는 나도 정말 힘들고 어려워. 특히 학교에서. 난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건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야. 근데 꽃친은 일단 인원이 적으니까 친해질 기회가 많은 것 같아. 그리고 나와 다른 친구들이 많다는건, '나도 얼마든지 다른 애들하고 달라도 된다'는 소리야. 툭 터놓고 내 진짜 모습을 공개할 때 다른 사람도 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 너 자신의 모습이나 성격에 자신없다고 해도 절대 진짜 너를 숨기지 마. 그렇게 관계를 하다보면 나중엔 지쳐서 더이상 나를 숨기는 '연극'을 할수가 없게되고 그럼 상대방은 내 변한 모습에 당황할거야. 꽃친은 (적어도 내 경험상) 너희 개인개인의 색깔을 얼마든지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수 있는 공동체야. 그리고 학교는 그냥 randomly 애들을 몰아 넣어 놓은 공간이지만 꽃친은 1년을 한번 쉬어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모인거잖아. 몇 달 더 지나면 훨씬 쉽게 친해질 수 있을거야. 아직 한 달밖에 같이 안 있었잖아. 관계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많은것 같아.


Q.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꿈은 뭘까?

저도 정말 그 이유 때문에 1년을 쉬었는데 찾으려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애쓸 때보다 그냥 즐겼을 때 찾았어요. 심지어 1년이 다 지나가기 2달전에 찾았습니다!!!! 저는 한번도 제대로 뭔가 하고싶다 되고싶다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하고싶은게 많아졌어요 !! 그때 꿈을 찾고 지금 학교를 다니다 보니까 또 관심있는게 생기고 하더라구요. 이런거 보면 많은 것을 접해보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상상도 안해봤던 것을 하고 싶어졌거든요..!
조급하게 찾지 말고 꾸준히 제 자신을 발견해 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선택한 고등학교에 와서 많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 그래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멋있는 것 같아요.
꽃친이 시간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서 배우고 싶은 것들 배워보고 하고 싶었던 것들 충분히 해보고 하면 좋을것 같아요. 꼭 올해 안에 꿈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걍 천천히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좋을것 같아요.
지금은 확실하지 않아도 결국은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요. 이 것 역시 꼭 올해 안에 찾아야하는 것이 아니니까 어쩌면 나를 찾는 계기로 꽃친 1년을 보내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아요.
이 두 질문은 합치고 싶다. 뭔가 너무 general 한 질문이라서 딱 뭐라고 정답을 말해줄 순 없겠어. 솔직히 나도 아직 잘 모르겠거든. 근데 내가 해주고싶은 말은... 우리가 '꿈'을 고민할 때 '꿈 = 갖고싶은 직업'이라는 전제하에 생각을 할 때가 많아. 근데 난 이게 좀 잘못된 것 같거든... 직업은 꿈이라고 하기가 좀 그래... 이 세상에 자기가 원하던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면 그 사람들은 꿈을 영원히 이루지 못한 걸로 끝나는걸까...? 그건 아닌것 같아. 그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가 꿈인것 같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찾으면, 직업은 그 후에 여러가지를 공부하고 세상을 탐구해보면서 정하면 되거든... 그리고 내가 되고싶은 사람에 따라서 그에 맞는 직업은 다양할 수 있어. 예를 들어서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정확히 무슨 직업을 갖고 싶은 지는 모르겠어. 근데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고 해서 꼭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가 될 필욘 없잖아? 사람들 마음도 치유하고 싶고 음악도 사랑한다면 음악치료사를 해도 되고, 아이들의 마음을 만지고 싶다면 그냥 교사가 되서 애들을 돌볼 수도 있고, 작가가 되서 글로 사람들을 터치할 수도 있잖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찾는게 직업 정하는 것보다 먼저고 중요한 것 같아. 딱 어떤 직업을 정하려고 하면 답이 더 안 나오는 것 같아 ㅠ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 지를 찾으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건 정말 어려워. 솔직히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미안하지만 나도 아직 찾는 중이라 정답을 말해줄수가 없다ㅜㅜ 같이 찾아가자ㅋㅋ 근데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 한가지. 꽃친 하는 이 일년 동안 꿈을 찾지 못한다 해도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 Okay? :) 그리고 원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건데? 내 생각에 직업은 꿈을 이루는 통로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꿈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


꽃다운 친구들의 여정은 이제 시작입니다. 1년 후에 4기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조언할까요? 1년의 시간이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지만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후기에서 함께 공유한 한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오직 좋은 사람들만이 고민을 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벌써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하게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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