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탐구생활레터 쇼얼
함께 헤엄치며 서로를 키우는, 육추의 계절 이야기
춘분이 지나면 낮이 밤보다 길어진다고 한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시기, 고요함과 요란한 생명들이 일어나는 시간. 꽃샘추위가 비바람 일으키며 시샘하는 건 미처 깨지 못한 생명들을 깨우며 묵은 먼지를 훨훨 털어내고 새 마음, 새 모습으로 단장하는 의미란다.
춘분을 생각하다 내 나이를 떠올린다. 올해 나는 남들이 말하는 그 반백 살, 오십이다. 두고 간 물건을 찾는다고 몸을 휙 돌리면 가끔 담에 걸린다. 기지개도 없이 아침에 온 택배 상자를 바로 들다간 허리 근육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정기배송처럼 정확하던 생리주기는 몇 달 전부터 오락가락 소식 없을 때가 많고 가끔 일터에서 놀이터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늦둥이 난 엄마로 보이기도 하고 젊은 할머니가 되기도 하는 나이다.
2~3년 전부터 누군가를 만나면 주로 노인, 돌봄, 죽음, 아픈 몸 등 나이 듦에 대해 듣고 보고 읽고 나눈다. 꼭 붙어있을 것만 같던 아이들이 자연스레 제 홀로서기를 하며 거리두기가 되고 그토록 불안했던 일들이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 교차하는 여러 일들이 반백, 오십, 낮과 밤이 바뀌는 내 인생의 춘분이 아닐까.
나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은사시나무를 사용한다. 은사시나무는 잎자루가 길어 바람이 불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환한 낮 바람이 불면 가끔 밝은 잎 뒷면이 팔랑거려 은빛이 흔들리듯 보인다. 처음 이 말을 사용한 건 이정하 시인의 ‘비 오는 날 간이 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라는 시 때문이다. 지금은 제목을 읽는 건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스무 살 적 왠지 슬프고 가냘프고 아름다운 것만 같은 세 낱말, 비, 간이역, 나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때와 장소였다. 언젠가 산행길에 반짝이는 은빛 나무를 직접 본 뒤에는 더욱 남다르게 느껴져 그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본격 탐구생활을 시작하며 은사시나무를, 춘분에 대한 의미를 해석해본다. 이는 왠지 슬프고 아름다운 말, 외형을 바라본 내가 해만큼 속 둘레에 주름 나이를 새기는 내면의 나이테를 바라보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봄을 알리는 춘분에 나는 미처 깨우지 못해 잠들어 있는 정신과 마음을 요란스럽게 깨워볼 참이다.
저는 은사시나무입니다. 이것저것 무언가를 궁리하는 걸 좋아합니다.
걷기도 좋아해서 "걷다가 궁리하는 시간"을 매우 즐깁니다.
이 쇼얼은 엄마들이 이리저리 궁리하며 채워가는 편지입니다.
진솔하게 건넬 엄마들의 안부가 여러분에게도 즐거움이 되길!
은사시나무
곰렉씨, 화파와 순복이 두 딸과 대화할 때 신납니다.
처음 만난 6살 제자가, 32살이 되기까지 함께 세상에 닿기 위해 애쓰는 치료실교사이기도 하지요.
내 인생의 춘분, 무언가 바뀌는 시점을 주목하며 오십(50)을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