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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계절 Dec 31. 2020

Ep.03 출발! 비우기 여행

(나' 마주하기와 실천하기)

  간혹 미디어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사는 강박적 저장 증후군을 가진 분들의 사연이 종종 나오는데 나는 언제나 무의식 중에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수중에 가진 쓸모없는 물건이 많긴 해도 ‘나는 저정도는 아니겠지하는..? 하지만 언젠가 무력함의 늪에 빠져있던 어느 날, 다큐프로그램에서 어떤 이의 사연을 마주했을  순간 소름이 끼치는 충격을 느꼈다.

  사실 나는 다르지 않았다.

   사실을 자각하고도 여전히 비움 실천을 미룬다면  인생에서 다시는 이를 실천할 기회가 결코 없을 것만 같았다. 그날 그때를 시점으로 나의 일상은 바뀌었다.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이나 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규칙이나 방향성을 터득하고 실천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비우는 모든 과정들이 혼란스럽고 힘든 순간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나의 일상을 개조하고자, 나에 대해 알고자하는 목적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나로써는 일종의 나만의 공식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를 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내게 주어진 커다란 공간은  방뿐이었기 때문에 가장 처음으로   물건 비우기에 돌입했다. 3개의 책꽂이와 5개의 서랍, 2개의 장식장에 꽉꽉 차있던 모든 물건들을 방바닥에 쏟아부었다.

   물건들을 크게  분류로 나누어서 [쓰레기와 쓰레기가 아닌 ]으로 나누었다. 나는 그토록 많은 쓰레기와 내가  방에서 지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도대체  많던 쓰레기가 어디에  박혀 있다가 이제야 기어 나오는 건지... 무려 생애 처음 안경을 맞추었을  받은 안경닦이,  먹고 씻어놓은 잼병들, 이미 작아져  한쪽도  들어갈 작은 , 다 써서 나오지 않는 펜들과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까지.. 7평짜리 방안에 있었다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이 나왔다. 심지어는 이미 폐업한 동네 헬스장 전단지까지도 등장했다.

  쓰레기들을  곳에 다모아 놓고 일반 쓰레기와 분리배출이 가능한 것들로 나누는 데에 하루, 분리배출이 되는 것들의 라벨을 떼고 씻고 정리해서 버리는 작업에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바람에 무려 쓰레기 정리에만 대략 이틀이 걸렸다.

  쓰레기를  비운  남은 물건들을 어떻게 분류할까 곰곰이 고민하다가 나만의 비움 기준 4가지를 세우기로 했다.

1) 2 이상 쓰지 않은 물건 [과거]
2) 지금 당장 내가 쓰지 않는(관심이 없는) 물건 [현재]
3) 향후 1  쓰지 않을 것만 같은 물건 [미래]
4) 똑같은 물건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

   과정에서 과거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더이상 거들떠보지도 않는 취미용 물건들, 충동적으로 사놓고 유행이 지나서 입지 못한 옷들, 필요이상으로 많이  화장품들과 같은 물건들이 분류되었다.  

  남은 물건을 다시 5 분류 [1 학용품 2 /문서 3  4 화장품 5 기타] 나누었다. 그리고는 이전의 순서와 같이 비울 것과 비우지 않을 것으로 나누어서 분류했다.  번째 단계를 거치며 쓰레기(쓸모없는 것들) 많이 정리하고 비워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단계에서도 여전히 비울 것이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었다.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의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똑같은 물건을 생각보다  많이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물건들 사이의 진짜 보석을 솎아내려면  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진짜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물건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깊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곳에 모아놓은 비울 물건들의 상태를 자세히 보니 콩깍지를 벗고 봐도 비우기 아까울 정도로 아직  기능을 하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고, 심지어는 사용하지도 않은 물건들이 꽤나 많았다.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지금은 이렇게 비워지기 위해 모여 있지만 막상 그것들을 구매할 때는 너무 행복했고 너무나도 즐거웠다. 학업 스트레스, 인간관계  치열하게 많은 것들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하고 선택할  나는 언제나 소비를 했고 그것으로 인해 만족감을 찾았다. 지금은 이렇게 비워질 위기에 처해있을지라도, 현재의 관점으로는 터무니없는 소비라 느껴질지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행복했다.

   당시의 감정들을 추억을 하다 보니 막상 버리기는 너무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물건들을  보내주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완전히  물건들은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고 이미 사용한 물건들은 중고 거래를 하거나 주위 사람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나눔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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