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비즈니스모델이 바뀐건가요?
오늘회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약 4년간의 시간동안 고객들에게 확실한 이미지, 확실한 혜택소구를 하려고 대외메세지의 선택과 집중을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요즘 이런 에피소드가 생겼다.
최근 외부에 나가서 회사소개를 하면서 이런 피드백을 거의 매번 받게 되는 것,
서비스와 회사가 별개이다 보니
서비스명은 오늘회요, 회사명은 오늘식탁이라서
나중에 수산물에서 더 확장하시려고 오늘식탁으로 회사이름을 정하셨군요? 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회사명이 오늘식탁으로 지었던 무수한 이유들 중에 나는 '오늘'에 더 집중했었다.
신선식품이 산지에서 생산되었으나 소비지를 찾지못해서 산지에서 버려지는 것들,
신선하게 생산된 것의 유통기한을 늘리려 보존제 처리를 하면서 다시 비용이 발생하는 것들
신선식품에서 '신선'이 제거된 그야말로 냉장고 보관 먹거리가 신선식품으로 통칭되는 이 모든 현상이 물류망이 '신선'을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고 생산과 소비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을 제거해서 오늘 생산해서 오늘 소비하게 하면 시간과 이동거리간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던 것이었다.
신선식품 시장의 문제점은 너무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알고 있고 해결하려고 했었다.
1. 정보(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2. 그래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3. 가격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4.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파편화되어 공급망이 대형화하지 못한다는 것
산지에서 신선식품을 바로 받아 유통단계가 줄여서 마진을 줄여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전달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D2C커머스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나는 창업 초기의 경험때문에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생산자 분들은 전혀 생산량을 컨트롤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공급이 들쑥날쑥했으며 생산량을 꾸준하게 늘릴 역량도 경험도 부족하셨다. 온라인에서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생산자 분들은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처리에만 매달리고 계시고 온라인에서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해서 누구하나 고민하지 않는 상황. 그러니 반복되는 업체들의 실패. 아마대부분 식품커머스가 초기에 야심차게 시작했다가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러다보니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HMR에 집중하게 되고)
아무도 해결을 못했다 보니 여전히 오늘식탁마저도 시장의 문제점이 정보비대칭라고 이야기하는 상황이 아쉽다.
나는 처음부터 커머스만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온라인 커머스에서의 경험때문이기도 했었기 때문에 반드시 브랜드나 가격프로모션이나 마케팅이 아닌 다른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인스타카트를 벤치마킹하게 됬다.
그럴싸한 자본금도 없이 시작하는 나에게, '센터와 배송차없이' 'IT'로 신선식품을 물류로 연결한다는 그 모델이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데이터로 사람들의 유휴시간과 배송비를 지불하려는 고객들을 치환시키는 시스템이 워킹한다는 것이, 인스타카트의 발전과정을 쫒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과정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오늘식탁의 투자금의 대부분을 기술개발을 통한 물류연결에 초점을 맞출수 밖에 없었다. 그냥 물류만 연결하려다보니 주문데이터 연동도 필요하네... 플렉스배송이라 일반인분들을 써야하는 구조 상 이분들이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밖에 없네... 데이터를 모으자.. 배송데이터에 생산자 데이터에 주문데이터에 다 모으자. 어쨌든 오늘회가 신선함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신선을 보장하는 물류시스템이 있어야해, 단계별로 접근하자. 그래서 오늘회를 통해서, 오늘회 러쉬라는 물류를 통해서 데이터를 많이 모을 수 있게 하자가 나의 해결방법이었다.
나는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용자의 실질적 이해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숫자 좋지요, 명확해서 좋지요 그런데 그게 유저에게 어떠한 가치도 전달할 수 없다면 그 데이터란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요? 그런 관점에서 정부나 기관, 업체들이 모아놓은 데이터들은 그저 숫자의 나열이지 비즈니스 의사결정의 근거로서의 가치는 0인 것이다.
신선식품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과연 상품을 파는 것으로 되는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 아니할 것이다. 상품을 파는 것은 그야말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접근일 수 있고 그래서 나는 커머스라는 형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우선 상품도 잘 팔려면, 투자금 대비해서 효과가 나려면 뭐라도 근거가 있고 예측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제가 기존 데이터들을 통해서 오늘식탁을 잘 이끌기 위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요..�♀️ 남이 만들어주지 못하니 내가 만들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리즈 A투자를 받을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조차도 오늘식탁을 설명할 때 우리가 만드는 배송시스템에 대해서 강조하지 않았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오늘회'에서 나고 있었고 '오늘회'를 보여드리는 것으로 해야하는 설명이 많이 줄어들었으며 커머스가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매출이 나지 않는 테크기술을 설명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리고 모든 기술은 다수가 지속적으로 사용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믿는다. 그래서 다수가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강조할 필요성을 나에겐 없었다. 투자사 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이 기술과 시스템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고객들은 그냥 빠르고 편하고 좋은 상품을 드리는 것 그 자체말고는 기술과 개발을 잘한다고 해서 지갑을 열어주시지 않는데.
그래서 오늘식탁이라는 회사명보다 오늘회, 김재현으로 활동했고 오늘회가 오늘식탁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했으나 뒤에서 물류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번에 오늘회 러쉬라는 서비스가 드디어 '오늘회'만이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끔 오픈플랫폼화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는 오늘식탁, 당당하게 당일배송 물류시스템 역량을 가진 커머스 회사라고 말씀드린다. 오늘회가 워킹할 수 있었던 핵심역량도 사실 물류시스템이었기 때문이었고 그야말로 눈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시점과 상황이 되니 물류에 대한 설명을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오늘식탁은 원래부터 이런 회사였나요, 아니면 중간에 피봇팅을 한건가요?
아마도 이 질문에는 2가지 의도가 내포되어있지만-
1. 진짜 이런 활동을 하는 회사인가?
2. 수산커머스로 잘 안되니까 다른 길을 모색한건가?
그 대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오늘식탁은 원래 이런 회사였고 지금은 물류 역량을 강조할 거지만 그 다음에 만나뵐 때는 또 다른 정의의 회사로서 만나뵐 것이다. 아마 데이터 스타트업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미래에 가서 오늘식탁이 다시 사업모델을 피봇팅을 한거냐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것이다. 왜냐면 쌓아둔 것이 있고 지금 좀더 준비하고 있고, 만들고 있는 과정에서 확실한 지표(매출)이 안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식탁이 생긴 4년 안에 우리가 만들어가려는 end picture를 만들수 없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늘식탁의 방향성에 맞는 새로운 준비하는 것들을 보여줄 뿐인 것이다.
나도 3년 후에 10년 후에 오늘식탁을 무슨 회사로 정의해야할지 모르겠다. 커머스이면서 물류회사이면서 데이터회사일 것이다. 다만, 그 끝에는 생산자도 소비자, 유통자도 오늘식탁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오늘식탁이 만들어낸 초신선식품 생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