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가 아닌 직장인으로

왜 다시 세상으로 나왔나

by 박온유

이미 전편에서 말했지만 나는 어릴 때 책을 너무 빨리 읽어버린 아이였다.

그래서 데미안을 좋아했다.

그건 단순한 독서 취향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방향에 가까웠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명확히 갈라져 있지 않고,

인간은 언제나 경계 위에 서 있다는 감각을 나는 너무 이르게 배워버렸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과하는 동안 신앙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라,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교회는 여전히 있었고 예배도 드렸지만,

말과 현실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졌다.

설교 속의 세상과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은 너무 달랐다.


스무 살을 넘겨 텐프로에서 일하던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신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가 가장 집요하게 신을 붙들던 시기였다.


내가 자궁만은 팔지 않겠다고 정해놓은 마지막 이유에도 신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도덕적 우월감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붙들고 있던 최소한의 선이었다.


나는 하나님을 부정하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정말로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따지고 싶었다.

왜 당신은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는지.
왜 고통은 늘 인간의 몫인지.


김민기 선배님의 「금관의 예수」처럼,

내게 예수는 점점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상징으로 남아 있었다.

아름답지만 공허한 이름.

위로는 되지만 삶을 바꾸지는 못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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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울보. 사람이 사랑이라 읽히게 될 날을기다리는 바보. 사랑하여 글을 쓰고 노래를 짓는철 들기 싫은 노래쟁이. youtube.com/@OnYou-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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