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투기 전도사의 ‘작두’를 깔아주는 것이 당신들의 정의인가
PD수첩, 투기 전도사의 ‘작두’를 깔아주는 것이 당신들의 정의인가
시사 프로그램의 생명은 사실이 아니라 관점이다.
사실은 언제나 존재한다. 문제는 무엇을 질문하고 무엇을 해부하느냐에 있다.
최근 방송된 MBC PD수첩의 부동산 편은 그 질문을 포기한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카메라는 다주택자들의 발언을 길게 비추고, 그들이 가진 확신을 거의 그대로 전달한다.
“버티면 결국 이긴다.”
이 문장은 취재 대상의 발언이지만 동시에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로 남는다.
시사는 탐욕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탐욕을 해부하는 장르다.
그러나 이번 방송에서 탐욕은 분석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전시된다. 그리고 그 전시의 결과는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다.
정책은 결국 패배하고, 버티는 사람은 결국 승리한다는 메시지다.
카메라 앞에 등장한 다주택자들은 자신의 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잠실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20대 인터뷰이는
“연봉을 초과하지 않는 선까지는 월급을 다 갖다 바쳐서라도 버티겠다”라고 말한다.
이 발언은 경제적 계산이라기보다 신념에 가깝다.
집은 더 이상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지켜야 할 승부의 대상이다.
그는 집값이 결국 오른다는 확신을 갖고 있고,
그 확신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신념이다.
방송 속 다주택자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은 “학습 효과”다.
과거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세금 정책이 등장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거나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방향이 뒤집혔다는 경험.
그 경험이 누적되면서 그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정책은 일시적이지만 부동산 상승은 구조적이라는 결론이다.
이 확신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개그맨 황현희다.
그는 모자이크 없이 카메라 앞에 등장해 자신의 투자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정책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통해 하나의 판단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정책은 결국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판단이다.
그의 발언은 노골적이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부동산을 팔지 않았고,
보유 자산의 가치가 80% 이상 상승했다고 말한다.
이 정도 상승이라면 세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논리다.
결국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금이 늘어나도 상관없다.
버티면 결국 가격이 더 오른다.
그의 발언은 투자 조언처럼 들리지만 사실상 하나의 선언이다.
국가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선언이다.
문제는 그 선언이 방송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느냐이다.
시사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질문이 이어져야 한다.
왜 다주택자들은 정책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왜 그들은 세금 증가조차 비용으로 계산하며 버티기를 선택하는가.
그러나 방송은 그 질문을 깊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그 발언을 하나의 경험담처럼 전달한다.
그 결과 시청자가 듣게 되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정책은 언제나 등장하지만 결국 완화된다. 그래서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이 메시지는 분석이 아니라 서사다.
그리고 그 서사는 놀라울 정도로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방송 후반부는 더욱 기묘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프로그램은 전직 대통령과 당시 정책 책임자들의 인터뷰를 배치한다.
그들의 입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은 하나다.
“우리는 실패했다.” 이 발언은 성찰의 언어일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이 그것을 배치하는 방식은 성찰보다는 허무주의에 가깝다.
정책 책임자들의 실패 고백이 반복될수록 시청자는 하나의 결론으로 밀려간다.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이 장면에서 시사 프로그램이 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왜 실패했는가. 어떤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었고, 어떤 정책이 중간에 완화되었는가.
그러나 그 질문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남는 것은 하나의 정서다.
정책은 언제나 실패한다는 정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방송은 시사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잃는다.
정책 실패를 분석하지 않고, 시장의 확신을 해체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확신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순간 방송은 비판자가 아니라 기록자가 된다.
그리고 그 기록은 이상하게도 다주택자들의 승리 서사와 닮아 있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정책은 일시적이고 시장은 영원하다는 믿음, 세금은 비용일 뿐이라는 계산,
그리고 결국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
이 확신이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전달되는 순간,
시사는 탐욕을 해부하는 장르가 아니라 탐욕을 중계하는 프로그램이 된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가격 상승 자체가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상승이 만들어낸 확신이다.
정책은 결국 후퇴하고 시장은 결국 승리한다는 확신.
다주택자들이 “버티면 이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승리해 왔기 때문이다.
정책이 등장하고, 규제가 강화되고, 세금이 늘어나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완화되었다는 경험.
그 경험이 바로 지금의 오만을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정책 발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신호다.
정책이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권력이라는 신호.
규제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라는 신호.
그 신호가 한 번도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버티면 이긴다”는 말이 하나의 투자 격언처럼 떠돌게 된 것이다.
언론이 해야 할 일 역시 분명하다.
그 확신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확신이 만들어졌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그 질문이 사라진 순간 시사는 죽는다.
다주택자들의 조롱이 계속 들린다면 그것은 그들이 특별히 오만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냉소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분명한 질문과 책임이다.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이 과연 언제까지 유효한지,
그리고 그 확신이 왜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
그 질문을 던지지 않는 방송은 시사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조롱을 전시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