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숨 쉴 구멍이 필요해

달팽이 노리터

by 박온유

2025년 10월부터 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12년 전 서른아홉의 나이에 독기로 시작해 차장까지 올라갔던 나의 커리어는,

사장의 분노와 이사들의 견제 속에 한순간에 10,300원이라는 최저시급 사원의 삶으로 추락했다.


아침마다 알람 소리가 울리면 나는 한숨으로 폐부를 가득 채우며 억지로 몸을 깨워야 했다.

거울 속의 나는 목의 흉터가 이제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아물어 있었지만,

내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 처참하게 찢겨 미쳐가고 있었다.


출근은 매일 반복되는 도살장으로의 행렬 같았다.

구매, 영업, 총무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남들이 던져놓은 온갖 잡무가 내 책상 위로 쏟아졌다.

터져버린 3개의 디스크는 의자에 앉아 있는 매 순간 신경을 찔러댔고,

나는 그 통증을 잊기 위해 마취 주사와 정신과 약물에 매달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약 기운에 취해 기절하듯 잠들거나,

아니면 이 미쳐버린 영혼을 달래지 못해 정처 없이 밤거리를 헤맸다.


어느 금요일 밤이었다. 약을 먹고 잠들기엔 내 안의 억울함과 분노가 너무나 뜨거워,

나는 다시 핸들을 잡고 수성구 대로변을 정처 없이 달렸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매끄러운 외제차들이 즐비한 수성구의 큰길 가는

8,000만 원의 빚을 짊어진 나의 비루한 현실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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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울보. 사람이 사랑이라 읽히게 될 날을기다리는 바보. 사랑하여 글을 쓰고 노래를 짓는철 들기 싫은 노래쟁이. youtube.com/@OnYou-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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