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8천만 원의 성배와 10,300원짜리 노예 계약
사고 후 1년의 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회사는 휴식의 흔적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냉혹했다.
몸은 여전히 정신과 약의 힘을 빌려야만 간신히 직립할 수 있었고,
공황의 파도는 예고 없이 내 숨통을 조여왔다.
하지만 내 등 뒤에는 멈출 수 없는 생계의 칼날이 버티고 있었기에,
나는 다시 그 비릿한 사무실의 공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복귀한 전장은 더욱 기괴해져 있었다.
업무의 강도는 차장의 직급을 비웃듯 높아졌고,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파도는 나를 '대체 가능한 부품'이라 협박하며 밀려왔다.
나는 살기 위해 그 파도에 몸을 던졌다.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도구로 삼아 기술의 우위를 점했지만,
그것은 적성이 아닌 오직 '죽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는 약물에 취해 몽롱한 눈으로 엑셀 시트와 쿼리문을 넘나들며,
6시 정각이면 지문을 찍고 사라지는 '성실한 기계'가 되어갔다.
그 지옥 같은 일상을 견디게 한 것은 신앙도, 희망도 아닌 품에 안을 수 있는 '샬롯'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돈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한 이탈리아 굽비오 현악기 제작 학교 수석 졸업자,
마에스트로 박경호 선생님께 의뢰해 내 영혼의 형상을 본떠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르페지오네 기타였다.
제작비 138,000달러, 한화로 약 1억 8,000만 원.
나는 십수 년간 피를 말려 번 1억 원을 전부 쏟아부었고,
나머지 8,000만 원은 내 미래를 저당 잡은 대출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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