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그리고 멈춰버린 질주
입사 5년 차, 나는 차장이 되었다.
서른아홉의 신입 박온유는 이제 온데간데없고,
조직 내에서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실력파 차장이자 사장의 최측근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가고 권력이 생길수록 내가 짊어진 업무의 무게는 비현실적으로 무거워졌다.
사장의 명령에 따라 수행하는 감사 업무는 나를 조직의 영원한 이방인으로 만들었고,
이사들의 살기 어린 눈빛은 매일 아침 내 목을 죄어왔다.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공기가 부족한 것처럼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동료들의 침묵 속에서 나는 매일 공황 발작과 싸워야 했다.
주머니 속 약봉지는 점점 더 두꺼워졌고,
나는 그 약들에 의지해 겨우 '정상인'의 가면을 쓰고 리포트를 써 내려갔다.
밖에서의 전쟁보다 더 아픈 것은 집 안의 시선이었다.
십수 년째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이제 '살아만 있어라'라던 안도감을 거두어 가셨다.
"약에 의존하지 말고 기도해라.", "네가 신앙이 없어서 그래.", "하나님을 정말 믿기는 하니?"
가장 따뜻해야 할 집에서 들려오는 그 말들은 내 영혼에 가해지는 또 다른 폭력이었다.
신학대학원까지 졸업한 내게 그 질문들은 비수처럼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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