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끝

회사 가기 싫다. ㅠㅠ

by 박온유

행복한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사라질까.

반대로 지루한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왜 이렇게 질척하게 늘어질까.

누구나 아는 경험인데, 겪을 때마다 꼭 한 번씩 서운해진다.

시간은 공평하다는데, 체감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지.


이 감각은 기분 탓이 아니다.

뇌는 시계를 다르게 쓴다.

즐거운 순간, 도파민이 높아질수록 뇌는 ‘지금’에 몰입한다.

외부의 흐름을 재는 대신, 자극 자체를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

그래서 돌아보면 시간이 통째로 압축돼 있다.

“벌써 끝?”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반복적인 노동의 시간은 다르다.

예측 가능한 정보는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같은 풍경, 같은 업무, 같은 대화.

뇌는 대부분을 생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억이 적을수록 우리는 그 시간을 길게 느낀다.

남아 있는 게 없으니, 흐르는 동안의 무게만 또렷해진다.


철학적으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시간은 숫자가 아니라 ‘주인’의 문제다.

내가 나의 목적에 따라 쓰는 시간은 자아와의 경계가 흐려진다.

춤을 추거나, 깊이 쉬거나, 완전히 몰입한 순간. 이런 시간은 크로노스가 아니라

카이로스에 가깝다.

양이 아니라 질로 기억되는 시간이다.


반면, 타인의 목적에 종속된 시간은 다르다.

회사, 시스템, 역할을 위해 소비되는 시간.

이 시간은 소외된다.

내가 빠져 있는 자리에서 시간은 견뎌야 할 무게가 된다.

그래서 분 단위로 또렷하고, 초 단위로 느리다.


연휴가 짧게 느껴져서 서운했다면, 그건 시간을 허투루 쓴 게 아니라는 뜻이다.

밀도가 높았고, 기억이 생겼고, 존재가 개입한 시간이었다는 증거다.

존재는 기억 위에 서 있다.

짧았는데 아픈 이유는, 그 시간이 실제로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야속한 게 아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순간만, 시간이 압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