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위의 망령

터널과 시간의 중첩

by 박온유


오늘 명상시간.

일본의 낡은 철도여행 영상을 보았다

철길 위를 구르는 쇳소리는 멈출 줄을 모른다.

삶이라는 기차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싣고 자꾸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예고 없이 어둠의 아가리가 입을 벌리고,

나는 속절없이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터널 안에서 세상은 자취를 감춘다.

양옆의 풍경도, 위를 비추던 하늘도 사라지고 오직 전방의 작은 점

하나만이 유일한 진실인 양 빛난다.

그 좁아진 시야 속으로 밀려드는 건 미래가 아니라,

지나온 과거의 파편들이다.


어둠은 거울이 되어,

내가 외면하려 했던 기억들을 선명하게 되살려 놓는다.

좁은 빛의 구멍을 응시할수록 과거의 고통과 현재의 어둠이 겹쳐지며(Overlap),

기차의 진동은 심장 박동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친다.


'저 빛이 정말 출구일까? 아니면 또 다른 어둠의 시작일까?'

터널 시야(Tunnel Vision)는 나를 속인다.

오직 저 먼 곳의 점만이 구원이라 믿게 만들며,

지금 내 곁에 흐르는 시간의 의미를 지워버린다.

하지만 기차는 결국 터널을 빠져나오게 되어 있다.

어둠 속에서 과거의 망령들과 마주하며 흘린 눈물이 기차 칸의 차가운 공기에 식어갈 때쯤,

비로소 빛은 점이 아니라 면이 되어 나를 감싼다.


터널 끝의 그 점은 나를 유혹하는 종말이 아니라,

내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바늘귀 같은 정거장이었음을.

나는 그 철길 위에서 과거를 덧입으며 오늘도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