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된 의지가 일궈낸 선명한 무늬
유튜브 공식아티스트에게만 제공되는 결과표인
아티스트 RECAP을 다시 들여다봤다.
지난달, 1월 25일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오늘 화면 속에 선명하게 박힌 숫자들을 보며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8.1천 시간의 재생과 85.6만 회의 조회수.
이것은 내게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내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
일상의 궤도 밖으로 나를 끊임없이 던졌던 치열한 기록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내 안에는 언제나 '살고 싶은 마음'과 '죽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겹쳐져 있었다.
매일매일이 삶과 죽음을 동시에 품은 채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생계라는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해 영혼 없이 흐르던 무채색의 시간들과,
그 속에서도 본질적인 자아를 찾으려 발버둥 치던 밤들.
그 중첩된 혼란 속에서 내가 내린 선택은
결국 '나만의 언어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었다.
내가 들인 그 무수한 시간은 사실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정해진 길을 거부하고 '예정되지 않은 길'로 걸어 들어가며,
나만의 파동을 세상에 던졌던 것이다.
85만 번의 조회수라는 결과는, 그 막막한 확률의 바다 위에서
내 노래와 목소리가 누군가의 관측을 통해 비로소
선명한 '위로'라는 입자로 맺혔음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8.1천 시간이라는 긴 흐름 동안,
누군가는 내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아픈 사람을 가장 먼저 지켜주고 싶다"던 나의 소망이,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이토록 거대한 연결의 파동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마음이 잠시 뭉클해졌다.
이 RECAP은 내가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아니,
내가 내린 그 모든 고통스러운 선택이 결국 '존재의 증명'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처럼 매 순간 나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지만,
2025년이 남긴 이 선명한 발자국은 앞으로 내가 걸어갈 예정되지 않은 길 위에서
든든한 등불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파동에 기꺼이 주파수를 맞춰준 수많은 이름 모를 관측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