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런치

상점가에 남기는 보관의 기록

by 박온유

어린 왕자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길들이는 시간, 함께 머무는 시간 말이다.

하지만 내가 글을 남기는 이곳은
그런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 상점가에 더 가깝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천천히 길들이기보다,
진열된 물건을 훑듯 몇 줄의 문장을 스쳐 보고
짧은 표식을 남긴 채 지나간다.


나의 생존이 담긴 기록들이
이토록 가볍게 오가는 풍경 앞에서
나는 가끔, 내 삶의 무게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감각에 머문다.

모두를 알지 못한 채 건네지는 호의들이
고마우면서도, 때로는 나를 조금 더 혼자 서 있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곳은 나에게 소통의 광장이라기보다
차라리 기록을 맡겨두는 보관소에 가깝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 흩어져 사라지기보다는,
조금 차갑더라도 형태를 잃지 않는 선반 위에
내 삶의 조각들을 차분히 올려두고 싶었다.


잠시 시간을 들여 다른 작가분들의 글 수를 보았다.

오랫동안 써 오신 분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평균 60개를

넘지 않는 글이 있었고 평균 500명가량의 구독자를 이

글을 보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너무 생각이 없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은 글을 단시간에 풀어놓았고

제대로 읽혔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 글들은 누군가에게 팔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
설득하거나 이해받기 위해 마련된 말도 아니다.
그저 내가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을
내 손으로 확인하기 위해 남겨두는 기록이다.


누군가는 이 보관소의 겉면만 보고
조용히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진실은
적어도 나에게만은 분명히 남아 있으니까.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고립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마련한
가장 조용하고 안전한 방식이다.


우연히 이 보관소 앞에 멈춰 서 주신 모든 시선에
그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잠시 머물러도, 스쳐 지나가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



그날들/ 박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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