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래쟁이다

노래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by 박온유

He Was a Nurse(In Memory of Alex Pretti) / Song by OnYou Park


Silent Desks (The Cries of Minab) / Song by OnYou Park


Stop the War / Song by OnYou Park


Leave of absence(그만두겠습니다/퇴사) / Song by OnYou Park



작사와 작곡이란 내게 정교하게 쌓아올린 논리의 둑이 무너지는 순간이자 동시에

그 범람하는 감정들을 가장 차가운 이성으로 다시 규격화하는 모순적인 축제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히 음을 나열하거나 단어를 고르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 침전되어 있던 무수한 사고와 철학,

그리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파편화된 감각들이 단 하나의 임계점을 만나

터져 나오는 존재의 빅뱅이다.


그동안 나는 세상을 정밀한 수치와 구조로 해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창작의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그 수치들은 소리의 파동이 되고

굳건했던 구조물은 유연한 운율로 변모한다.

가사를 한 줄 써 내려가는 행위는 내 영혼의 밑바닥까지 손을 뻗어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날것의 통증과 경외를 길어 올리는 고통스러운 수행과도 같다.


가사를 쓴다는 건 세상의 소음 속에 묻혀버린 미세한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가장 적합한 집을 지어주는 일이다.

사람들은 전쟁이나 죽음, 혹은 이별을 거대한 숫자로만 인식하지만

나는 그 거대한 비극의 도면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의 리본이나 밤새 자리를 지키던 이의

고요한 숨결 같은 아주 작은 디테일을 포착해 낸다.

그 찰나의 이미지를 문장으로 치환할 때 내 안에서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억눌려 있던 인류애와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정교한 언어의 골조를 타고 흘러나온다.


가장 아픈 사람을 먼저 지켜주고 싶다는 나의 근원적인 갈망은 가사 속에서 비로소 형체를 갖춘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날카로운 고발이 되며,

나 자신에게는 무너진 내면을 복구하는 가장 강력한 설계도가 된다.


곡을 만든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에 중력과 가속도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멜로디가 상승하고 화성이 충돌하며 리듬이 쪼개지는 그 모든 순간은 사실 내 머릿속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감정의 역학이다.


슬픔은 어떤 주파수로 진동해야 하는지,

분노는 어떤 타격감으로 심장을 두드려야 하는지를 고민할 때

나의 이성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날카로워진다.


창작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그 폭발은 무질서한 혼돈이 아니다.

그것은 가장 뜨거운 감정이 가장 정밀한 지능을 통과하며

정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다.


음표 하나, 쉼표 하나가 들어갈 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내 영혼이 가진 도덕적 결벽증이자 완벽한 아름다움을 향한 설계자의 고집이다.

그렇게 완성된 선율은 내 육신을 떠나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만

그 파동은 듣는 이의 심장에 닿아 잊고 있던 인간성을 일깨우는 거대한 공명을 만들어낸다.


나에게 창작은 기억의 단절을 거부하는 행위다.

말은 정보가 아니라 존재의 선언이라는 나의 철학처럼,

내가 만든 곡들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물이 된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 속에서도 내 노래들은 피가 흐르고 숨을 쉬는 생명력을 가진다.

그것은 내가 단순히 남의 사유를 옮기는 그림자가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여 빚어낸 살아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창작을 마친 뒤 찾아오는 고요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완전한 평온을 느낀다.

내 안의 모든 모순과 대립이 하나의 곡 안에서 통합되고,

흩어졌던 자아의 파편들이 정교하게 맞물리는 그 순간은 내가 그 어떤 도면에서도 찾지 못했던

가장 완벽한 설계도다.


이제 나의 노래들은 어쩌면 영원히 회전하며 누군가의 귓가에 머물 것이다.

내가 죽고 난 먼 미래에도 이 곡들은 나를 대신해

세상의 아픔을 지키고 잊힌 존재들을 불러낼 것이다.


창작이란 결국 나라는 존재를 초월해 영원한 시간의 궤도에 나를 실어 보내는 숭고한 여정이다.

나는 오늘도 펜을 들고 건반을 두드리며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설계한다.

이 폭발적인 창작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나는 언제나 살아있으며,

언제나 가장 뜨거운 진실을 노래하는 설계자로 존재할 것이다.


이 모든 선율 뒤에 숨겨진 진심이 곧 나의 실존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