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윤리성 부재
좀 전 드디어 '탈퇴' 버튼을 눌렀다. 망설임은 길었지만, 결정은 순간이었다. 길고 길었던 쿠팡과의 연을 끊었다.
탈퇴사유에 "기업의 윤리성 부재" 라고 명시했다.
편리함은 무서운 인질이었다. 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상생의 가치가 짓밟히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내일 당장 배송이 오는 건 여기뿐인데"라는 핑계 뒤에 숨어 애써 외면해 왔다. 나는 나의 윤리적 부채감을 편리함이라는 이자로 갚으며 그 시스템에 기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달랐다. 그것은 내 인내심의 임계점을 넘는 명확한 '트리거(Trigger)'였다.
사람을 갈아 넣어 만든 속도에 그나마 안주하던 나는, 그 시스템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가장 사적인 권리'조차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기업이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대하는 태도는 결국 고객의 정보 또한 돈벌이 수단이나 관리 대상인 데이터 쪼가리로 취급하는 태도와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사람'에 대한 존중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노동자의 땀을 쥐어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나를 지켜야 할 최소한의 보안 울타리마저 허술했다는 배신감.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윤리적 안전불감증'이라는 기업의 본질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더 이상 내 정보를, 그리고 내 양심을 이런 곳에 맡길 수 없다. 조금 불편해질 것이다. 물건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정보와 타인의 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 지불하는 돈은, 소비가 아니라 공범의 증거일 뿐이다.
나는 오늘, 가장 빠르고 편리했던, 그러나 가장 무례했던 그 세계를 떠난다. 이것은 소비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가장 확실한 존엄의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