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의 무게를 너무 쉽게 넘어버린 것에 대한 고해성사
12월 4일 오후 3시 , 글 5개를 올리고 그냥 도전해 보세요였나? 무튼 보이는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12월 5일 오후 2시. 만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작가 승인’ 메일이 도착했다.
기뻤냐고?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곧이어,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글이 뭐라고?'
작가 승인을 받고 난 오늘에서야 뒤늦게 인터넷 검색창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쳐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몰랐던 전쟁터가 있었다.
누군가는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고, 오수까지 하며 그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합격하는 법을 강의하는 영상이 있었고,
에디터의 구미를 당길 만한 목차 구성법과 자기소개 전략이 수험서처럼 나돌고 있었다.
그들의 글에는 300자를 꽉 채운 치열한 계획과,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나는 그들 앞에서 너무나 ‘무례’했다.
전략도, 계획도, 그럴듯한 포장도 없었다.
남들이 정장 입고 면접 볼 때, 나는 슬리퍼 끌고 들어가서 "이게 나예요" 하고 툭 던진 격이었다.
자기소개란에 적은 거라곤, 평소 내 존재의 정의라고 믿었던 짧은 문장 몇 줄이 전부였다.
'사람을 사랑하는 울보. 사람이 사랑이라 읽히게 될 날을 기다리는 바보.'
나머지 채우는 곳에도 고작 한 줄, 철학 사회학 심리학.
이게 통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꾸며낼 줄을 몰랐을 뿐이다. 그런데 그 문이 열려버렸다.
누군가의 간절한 1년을, 나는 단 하루의 무심함으로 넘어버린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어쩌면 세상은 잘 짜인 계획서보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진심을 더 목말라했던 걸까.
아니면, 폼 잡을 줄 모르는 바보의 투박함이 오히려 신선해 보였던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나는 무례한 방식으로 입장했다. 쉽게 들어왔으니, 그 안에서의 시간은 결코 쉽지 않게 보내려 한다.
문밖에서 서성였던 그들의 간절함 몫까지, 나는 더 치열하게 앓고, 더 정직하게 쓸 것이다. 그게 나의 ‘무례함’을 갚는 유일한 길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