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한가?

공허와 본질 사이에서

by 박온유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필요한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답한다.


단순히 공간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배경음악(BGM) 용도라면 굳이 비싼 시스템은 필요 없다. 하지만 음악에 담긴 모든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자 한다면, 좋은 시스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음악에 담긴 어떤 소리도 빠짐없이 듣고 싶다는 열망은 결국 장비라는 도구를 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다. 같은 곡을 TV의 블루투스 시스템으로 들을 때는 전혀 들리지 않던 낮은 콘트라베이스의 연주가 아이맥과 맥키, 탄노이로 이어지는 스튜디오 모니터 시스템에서는 너무나 선명하게 살아난다.


숨어있던 소리들이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물론 그 과정은 번거롭다. 시스템을 하나하나 켜야 하고, 공간에 맞는 적절한 밸런스를 조절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들리지 않던 것을 듣게 되는 경험은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나에게는 메인 리스닝용 시스템이 별도로 있다.

로텔 앰프 시스템과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의 조합이다.

이것은 분명 최고의 해상도와 품질을 들려주지만, 작정하고 듣지 않는 한 일상에서 매번 이 시스템을 가동하기란 쉽지 않다.

전력 소모도 크고 준비 과정도 더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시간엔 TV와 블루투스로 가볍게 흐름을 즐기고, 조금 더 깊게 소리에 몰입하고 싶을 때 비로소 책상 앞의 아이맥과 탄노이 스피커를 깨운다.


결국 좋은 오디오란 과시를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만든 이가 숨겨둔 미세한 떨림까지 관측해 내겠다는, 음악에 대한 나의 가장 적극적인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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