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대, 지극히 사적인 부부의 대화
퇴근 후 돌아온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남편 : 나 오늘 아침에 완전 충격이었잖아.
나 : 왜?
남편 : 내가 어제 무슨 셔츠를 입었는지 기억이 안나더라고. 또 오늘 점심 때는 고객이랑 점심 먹고 나오는데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이 안나는 거야. 고객이 알려줘서 알았다니까. 나 치매 걸리면 어쩌지?
나 :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난 요즘 사람 이름도 기억 안 나고, 우리나라 말도 잘 기억 안 나. 몇 년 전에 친했던 친구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 거 있지.
우리 다카에서 친했던 선생님 부부 성함 기억나?
남편 : 어…. 뭐였더라… 엄청 친했는데… 진짜 우리 심하다. 우리 먼저 기억해 내는 사람 10유로 주기. 어때? 내기할래?
나 : 콜!!! 뭐더라…. 여자 선생님 이름이… 최…. 최… 아! 생각났다. 현숙 선생님! 근데 남편 분 성함이 뭐였더라….
남편 : 뭐였지… 그 목사님 성함은 기억나?
나: 아니, 안나… 세상에나… 몇 년이나 됐다고 이게 기억이 안 나냐.
남편 : 나이 들어서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라서 안심이 되네.
나 : 형… 형.. 아! 나 생각났다!!! 형용 선생님!! 앗싸 10유로. 내놔
남편 : 헐, 맞다. 이제야 생각났다니…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우며 내가 말했다.
나 : 자기야, 나이 들면 잘 자는 게 제일 중요하대. 전등도 다 끄고 자는 게 좋대. 전등을 켜고 자면 그… 뭐더라… 아 멜라닌이 분비가 안 된대.
남편 : 멜라닌? 그게 왜?
나 : 그게 잠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 있잖아. 멜라닌… 아닌가?
남편이 입가에 웃음을 잔뜩 머금고 말했다.
남편 : 멜라닌은 피부 색소잖아. 피부색 나타내는 거. 멜라토닌이겠지.
내가 자기를 보면 안심이 돼.
치매가 걱정이 되다가도 자기를 보면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게 된다니까.
나 : 위안이 된다니, 다행이네…..
부부,
함께 위안이 되어주며 나이 들어가는 것이쥬….
어쨌든 10유로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