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외침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각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를 합니다. 화려한 행사를 하는 학교도 있지만, 제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델리 프랑스 학교에서는 작은 음악회를 하는 게 다였습니다.
지금까지 다카 프랑스 학교, 뭄바이 프랑스 학교, 델리 프랑스 학교를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이 학교들은 절대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한마디로 공연이 매우 허술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즐기기 위한 공연 같달까요. 이번에도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음악회를 한다면 멋진 퍼포먼스를 연습하거나, 화려한 옷을 갖춰 입거나 하다못해 깔맞춤이라도 할 법 한데, 이 학교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어제와 똑같은 평상복 차림으로 아이들은 무대에 섰습니다.
학교 음악 선생님은 딱 한 분이신데요,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모두 지도하고 계세요. 아이들은 음악 시간을 특히 좋아합니다. 선생님 외모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재치가 엿보인다고나 할까요.
초등 저학년부터 발표회가 시작되었어요.
초등 1학년인 소은이 반은 알 수 없는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소은이가 노래를 부르다 옆 친구의 입을 자꾸 가리는 거예요. 하필 그 아이의 엄마가 제 옆에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도 저도 그냥 서로 쳐다보며 웃었지만,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초등 2학년인 지안이 반은 막대기를 두드리며 박자를 맞춰 노래를 불렀어요. 이 노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아프리카 부족 노래 같기도 하고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중등부의 무대였습니다.
영상 속 아이는 우리 학교의 유일한 한국 형아입니다. 평소에 제 아이들을 많이 예뻐해 주는 아이예요.
이 무대를 위해 한 달 동안 연습했다고 합니다. 비록 조금 어설픈 무대이긴 하지만, 저에겐 그 어느 아이돌 가수보다 멋지게 보였어요.
“학교에 한국 노래를 알리고 싶었어요.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거든요.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한국이라면 중2인 이 아이에게 중2병은 없습니다.
처음 델리 프랑스 학교에 왔을 때, 제 두 아이만 한국 아이인 줄 알았어요. 그러다 이 친구를 만나게
되었죠. 이 친구는 그 뒤로 든든한 형, 오빠가 되어주었어요.
“제가 지안이 소은이 지켜줄게요. 걱정 마세요. 우리 학교 진짜 잘 오셨어요.”
말도 어찌나 예쁘게 하는지요.
학교에 k-pop과 한국을 알리고 싶었다는 아이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아요. 그 뒤로 지안이 반 친구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안이에게 한국 노래를 불러달라고까지 했대요. 코리아가 너무 좋다고 했다니, 정말 뿌듯합니다.
학교에서 한국 아이는 고작 3명입니다. 하지만 한국문화의 영향력은 큰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작은 동양 나라지만, 케이팝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것처럼요.
제 두 아이도 저 형아처럼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을 널리 알리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