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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Sep 28. 2020

14. sns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

3장. 행복한 세상 찾기

 

  저는 원래 좀 소심한 사람이었어요.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고, 먼저 친한 척하는 것도 힘든 사람이었죠. 좋아한다는 고백도 한 번도 못해보았습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결혼도 못할 줄 알았어요. 다행히도 남편이 절 많이 좋아해줘서 소심한 성격인 저도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20대때는 채팅문화가 있었어요. 프리첼이나 버디버디 같은 채팅 사이트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도 하고 만나기도 했었죠. 아이러브 스쿨에서는 초등학교 동창을, 호산나 넷에서는 기독교 형제, 자매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저와 친한 선교사님 부부도 호산나 넷에서 채팅으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셨다고 해서 깜작 놀랐었습니다. 그만큼 채팅문화가 보편화 되어있었죠. 하지만 전 그런 채팅 문화를 잘 따라가지 못했어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도 어색하고, 채팅 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너무 긴장되었거든요. 그만큼 전 소심함의 극치를 달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한 SNS는 네이버 블로그예요.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이고 사소한 모습을 그런 곳에 쓴다는 것이 영 어색했거든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소심함은 여전히 남아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블로그의 영역을 벗어나 페이스북, 브런치, 인스타 그램을 하고 있는데요. 옛날처럼 소극적인 모습이 많이 사라졌어요. 오히려 SNS 안에서는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제 모습이 낯설기도 합니다. 난 여전히 나인데, 단지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뿐인데,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성격이 변하긴 했지만, 채팅방에도 입장 못할 정도로 소심했던 제가 지금은 여기저기에 글을 쓰고, 그림을 올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있으니까요. 그 이유가 과연 뭘까요? 가만히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페이스북을 할 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친구나 글을 찾아 들어가 보면, 어쩜 내 취향과 비슷한지, 놀랄 때가 많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글,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사람들이 있는거에요. 무언가에 이끌리듯 들어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친구 추가하고, 구독을 누르고, 글에 댓글을 달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클릭만 하면 이루어지는 이 세계가 정말 위대하게 느껴집니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반가움을 느낍니다. 특히 브런치에서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을 인스타 그램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브런치는 광고나 특별한 콘텐츠 없이 오직 글로 소통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브런치 작가님들의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는 브런치 작가님이시자 인스타 그램 친구이자, 유튜버이신  코붱님께서 유튜브 온라인 방송을 할 때 생전 처음으로 온라인 채팅을 해보았습니다. 그곳엔 저 같은 분들이 여러 명 있었어요. 방송을 들으며 온라인 채팅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었죠.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분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처럼 사람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친구들이 슈베르트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슈베르티아데(Schubertiade)’다. 한 친구의 집에 모여 슈베르트가 그들에게 자신의 곡을 들려주고, 음악과 함께 사색과 담소로 기분 좋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중략)… 그들이 모여서 음악만 들은 것은 아니었다. 슈베르티아데는 독서토론회에 가까웠고, 시대와 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념이 오고 가는 자리였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전환-/창의력의 해답, 예술에 있다/박원주)




  이 책에 의하면 슈베르트를 중심으로 모인 이 친구들의 모임, 즉 슈베르티아데는 최초의 문화살롱이라고 합니다. 함께 모여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시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예술을 논하는 자리였죠. 저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바로 결이 비슷한 사람들, 즉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다시 이런 살롱 문화가 부활되었다고 해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삶을 나누는 모임이죠. 전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이 온라인 문화살롱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는 알고리즘에 의해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귈 수가 있으니까요.


  요즘 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먼저 구독을 하고, 댓글을 달고, 팔로잉을 합니다. 이웃들의 글에 하트를 적극적으로 누르고, 이웃들의 사진에 그림을 그려 올리기도 해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시간낭비, 정서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SNS 시대에 맞게 나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들어내고 싶을 뿐입니다. 과거의 답답하고 소심했던 제 모습은 이제 그만, 안녕하고 싶습니다. 채팅은 잘 하지 못했지만, SNS는 잘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노력 위에 꽃이 피지 않을까요? 꽃이 피지 않더라도, 사람은 남을 테니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SNS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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