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으로 그려요
가끔 삶이 힘겨워질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존재의 이유는 알 길이 없다.
성경 속에서 말하는 진리를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이 땅에서 내 소명은 무엇일까?
항상 여기서 내 생각은 멈춘다. 더 깊은 사고의 골짜기로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아니, 생각 자체가 귀찮다. 꼭 특별한 소명의식, 삶의 의미를 알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합리화를 시킨다.
하지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의미에 대한 질문은 내 시선을 낯선 곳으로 향하게 만든다.
주치영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유독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 여자 아이가 외줄을 타고 있는 사진이었다. 유심히 보니 머리 위엔 항아리가 올려져 있었고, 손에는 긴 막대기가 들려있었다. 한쪽엔 슬리퍼를 신고 한쪽엔 찌그러진 접시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그 아이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마주쳤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입 밖으로 토해내지 못한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 아이를 그리는 내내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를 보고 있는 세 명의 어른 중에 누가 가족일까? 아빠일까? 가족이긴 할까?
순간, 십여 년 전에 나왔던 인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가 떠올랐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 사는 18세 문맹 고아 소년이 헤어진 여자 친구를 찾기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에 출연한 뒤 2천만 루피의 상금을 거머쥐기 바로 전, 한 문제만 남겨둔 상태에서 사기죄로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였다.
이 영화엔 빈민가의 아이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가 나온다.
저 줄을 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뛰어난 체조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아이 앞에서 삶의 의미를 논한다는 게 배부른 자의 한숨처럼 느껴졌다.
삶을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인데 힘겨워 보이는 아이를 만나면 유독 비교를 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살라는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 내가 더 깊은 사고의 골짜리를 지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