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는 처음이지만,

삶은 여행

by 선량

“코로나 시국에 꼭 가야 되겠니? 너무 위험한 거 아닐까? 이탈리아는 코로나가 엄청 심했던 나라잖아. 유럽은 마스크도 제대로 안 쓴다는데. 병원 진료도 힘들다는데….”



가족들의 걱정 어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유럽 행을 반겼을 텐데, 지금은 마냥 축하할 일은 아닌 일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탈리아행은 코로나 시대라서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유럽 여러 나라의 법인에서 사람을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뽑지 못한다고 한다. 영어 또는 현지 언어가 가능하면서 경력까지 있는 사람을 뽑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코시국에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은 더 적어졌다. 그 와중에 학벌은 별로지만 영어가 가능하고, 관련 기업의 경력까지 갖춘 남편의 이력은 운영진의 구미에 적당히 당겼을지도.


처음 방글라데시에서 해외생활을 시작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남편 나이 31살. 그 젊은 나이에 방글라데시에서 일을 시작한 남편을 보며 다들 “너무 어리다”라고 한 마디씩 하곤 했다.

젊은 나이에 해외생활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들었겠지만, 그 모든 경험과 노하우가 오롯이 그에게 담겼다.


이제 마흔이 되어 이탈리아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 그는 어떤 경험을 담아낼까?




옆동네로 이사를 가더라도 그 동네의 위치, 주거환경, 교육 환경을 미리 알아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옆동네도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나라로 가면서도 그 나라에 대해 알아보는 게 왜 그리도 귀찮던지.


방글라데시나 인도에 갈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고 미리 언어 공부도 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을 블로그에서 찾아보고 팔로잉을 했다. 그들의 삶을 엿보며 나의 삶을 짐작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경험하고 부딪혀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어차피 현지에 가면 모두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도!




겨우겨우 이탈리아 날씨와 시차, 한인마트 유무와 언어만 검색해보고 밀라노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검색해봤을 땐 엄청 추울 것 같았는데, 막상 와보니 너무 좋은 가을 날씨이다. 부랴부랴 쇼핑몰을 찾아다니며 가을 옷을 샀다.

밀라노, 가을


학교는 이미 밀라노 프랑스학교로 입학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으로 임시 숙소를 정하고 입주했다. 숙소 근처를 걸어 다니며 크고 작은 마트와 한인 마트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날마다 마트를 들락거리며 필요한 식료품을 사고 있다.

이탈리아 말은 전혀 모르지만 영어로 대충 의사소통되겠지,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 눈치코치로 의사소통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원스쿨 “이탈리아어 왕초보탈출”강의를 등록했다.



사실, 유튜브나 네이버에 “밀라노”에 대해 검색만 해보면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중에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 되겠지만, 그 모든 정보들 때문에 오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아무것도 모른 채 이탈리아에 왔다.

우리동네


어차피 처음은 항상 힘들고 모르는 것은 당연하며, 처음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내 경험이 될 것이다.

완벽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똑같을 테니까….




밀라노에 온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단골 마트와 빵집이 생겼다. 그들은 나에게 이탈리아 말로, 나는 영어로 대화한다.

같은 건물 사람들과 “부온 조르노” 하고 인사한다.

마트 사람들에게 “그라찌에”라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밥솥이 없어서 냄비에 밥을 해 먹고, 젓가락이 없어 포크로 대신한다. 한인마트에서 간장과 김치를 사 왔고,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분리수거해서 버릴 줄도 알게 되었다.

자주 가는 공원이 생겼으며 아이들을 위해 킥보드를 주문했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새로운 나라에 적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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