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기의 방식

절친한

by 온이로

그녀는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말속에 자살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대학교 친구들이다. 4년동안 반강제로 동거동락하며 살아 온 세월 앞에는 나이가 먹어서 멀어지는 거리감이 없었다. 내 병은 사실 그 친구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식증을 앓을 때 다함께 지냈기 때문에 나는 먹토를 숨길 수 없었고 -숨기려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날카로워진 신경으로 여기저기를 찌르고 다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친구들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거식증이 병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겠고,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스쳐 지나가듯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의 정신병은 알게 모르게 숨겨져 왔다.


유달리 절친했던 친구들이 있다. 아무리 다같이 친하다고 해도 더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나의 정신병 스토리와 엄마에 대한 증오를 수도 없이 들었다. 한 명의 아이는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기만 하였다. 큰 위로도, 큰 공감도 없었지만 그것은 내가 그만큼 평범하다는 증거처럼 들렸다. 한명의 친구는 내게 '널 보고 있으면 네가 아프다는 걸 종종 까먹게 돼'라며 너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고 했다. 아, 그 말에 나는 얼마나 당황했는 지 모른다. 나의 평범해보이려는 노력이 먹힌 것이 좋은 건지, 정말로 내가 평범해 보이는 것인지, 그가 느끼기에만 그런 것인지 전혀 분간이 가질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너는 꼭 다 나을 수 있다고, 이렇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뭐가 심각하냐고 말했다. 그녀는 나의 병의 결말이 완치이거나 나의 소멸이거나, 그 둘중에 하나인 것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조금씩 털어놓는다. 그저 웃으면서 팔의 흉터를 보여주고 '이거 내가 한거다!'하고 해맑게 말한다. 놀라는 친구의 반응 뒤에 숨겨져 있을 본심이 너무나 두렵지만 그들이 나를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조용히 우울과 조증이 가라앉고 있다. 약은 안정된 지 몇달이 되었고 상담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이전처럼 과거도, 현재도 암울하지만 즐거운 미래를 기대하기도한다. 내일이 오면 또다른 만남이 생길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한 명씩 나를 말해가며 나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 나의 인생은 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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