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허기

뚱뚱한 자들의 나라

by 온이로

보살핌과 허기의 관계

배고플때, 귀저기에 뭔가 묻었을 때, 잠이 올때.

양육자는 그것을 해결해준다.

나는 그것에 안정을 느끼고 해소감을 느낀다.

그것은 학습된다.

허기가 질때 보살핌을 원하게 되고 그것이 해결되었으니

보살핌을 원할때 허기를 채워주던 것-음식-을 찾게 되는것이다

가짜허기란 그런것이다.

외롭고 무언가 불편하고 무언가의 채움을 원할때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것이다


당신의 가장 첫번째 기억은 무엇인가? 나의 첫번째 기억은 우리집 천장과 미닫이 문이었다. 둥근 등과 희색의 천장 벽지를 바라보다가 어느샌가 고개를 돌려 한지가 발려있는 옛날 식 미닫이 문을 바라보는 장면. 한 3초쯤의 그 기억이 나에게는 첫번째이다. 걷거나 말하지 않았고 울거나 다른사람과 함께 있지도 않았으니 아마 돌이나 그 언저리의 기억일 것이다. 그저 방 안에 누워있는 그 기억이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하게 느껴진다. 단지 첫번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비만인 아이였다. '통통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평생을 살았다. 음식에 집착했고, 탈이 날 정도로 먹어댔다. 그러니 살은 더 찌고 더 '뚱뚱한' 아이가 되어 갔다. 나는 몸매에 대한 열등감과 함께 수치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저 날씬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모든 사람들은 물론 엄마에게서 까지 무시 받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론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 했다는 사실이 있을 뿐이었다. '가짜 배고픔'이라는 단어가 막 떠올랐을 때 나는 나의 허기가 가짜 배고픔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무언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엄마의 양육방식이 잘못 되었으리라는 짐작만 하게 되었다. 그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내가 미워마다하지 않는 엄마가 나에게 벌인 짓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엄마의 탓을 하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미루고 나의 모습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지금도 나는 '뚱뚱한'사람이다. 하지만 예전의 나처럼 나나 엄마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미 나를 사랑해주기로 했고, 나의 외면적 아름다움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려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어릴적 보던 '개그 콘서트'의 마지막엔 '출산드라'라는 캐릭터가 나왔다."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네 시작은 삐적 곯았으나 그 끝은 비대하리라. 나는 이 땅의 마른 자들을 구원하러 온 뚱뚱교 교주, 다산의 상징, 출산드라~~!!" 라고 소리치는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위안이 되었다.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는 내가 뚱뚱교 교주가 되어야 겠다. 뚱뚱교 말고 다양교라고 할까 개성교라고 할까 이름은 바꾸어야 겠지만. 나도 지금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하나의 몸매를 가지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것은 내면 뿐만 아니라 외면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을 한가지의 기준으로 맞추어 끼워 넣으려 하다보면 모든 사람의 개성과 다양성은 그냥 부서져 버릴 것이다.


예쁘고 싶다. 마르고 싶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가끔 뿅뿅 띄워지는 말이다. 이제는 그런 것들을 휘휘 저어버리고 거울을 보며 '예쁘다'고 한마디 해보자. 그럼 정말로 내가 예뻐보인다. 아니. 정말로 나는 예쁘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거울을 들여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당신을 마주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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