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모두를 위한 이야기
우리는 각자 그 욕구를 드러내는 방식이 다를 뿐, 누구나 다 위로받고 싶어 한다. 며칠 전 교보문고에 들러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책들을 살펴보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디즈니 영화에서 위로받은 문장들을 모아 놓은 책이나 SNS에서 자신의 감정을 두 세줄로 짧게 적은 글을 엮어 놓은 책, 자신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낸 책 등 감정을 건드리는 책들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왜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SNS에서 수많은 하트를 받을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묻는 단골 질문이 있다. "잘 지냈어? 요즘 어떻게 지내?"
친구가 힘들었다고 하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은 괜찮아?"
혹은 친구의 편을 들어서 함께 상대방 욕도 해준다. "와.. 그건 너무했네. 걔가 문제야."
나도 힘들지만 친구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선뜻 돈을 다 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누가 가르쳐줘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 거울 뉴런이란, 타인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말한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또는 어떤 행동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인간은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활동과 언어를 모방하여 학습할 수 있다. [출처: NAVER 지식백과 '거울 뉴런'] 그래서 우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위와 같이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힘든 일을 경험하는 주체가 '나'임에도 스스로에게는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하고 가혹해지는가?
한 사례가 있다. 친구관계로 힘들어하는 여중생이다. 뇌의 발달이 제각각 이루어지는 시기이자, 호르몬 분비의 격변으로 자기 스스로도 내가 왜 힘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시기이다. 학생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보니, 이미 잘 대처하고 있다. 학생에게 "너 잘하고 있는데 이미?"라고 하자, 손사래를 친다. 너무 힘들다며, 그냥 다 떠나버리고 싶다고 한다. 몇 회기 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내 친구의 이야기인 척 학생이 나에게 털어놓은 고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학생에게 물었다. "ㅇㅇ아, 선생님 친구한테 선생님이 뭐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라고 물었더니 "선생님 뭘 더 할 수 없는데요? 이미 할 만큼 했는데 거기서 뭘 더 할 수 있어요? 그냥 선생님 친구한테 잘 될 거라고 이야기해 줘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응 알겠어. ㅇㅇ야, 잘 될 거야."라고 했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지화면 상태로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이유를 물었더니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나요. 설명할 수 없는데 눈물이 나면서 좀 괜찮아졌어요."라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에게 한없이 가혹하다.
스스로에게 괜찮냐고 물었다가 "아니. 안 괜찮아."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다.
"요즘 괜찮아?",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본다. 오글거리거나 민망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힘들다면 잠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는 것도 괜찮다. 일기가 길다면 2~3줄로 하루를 요약해도 괜찮다. 아니면 매일 보는 주변인에게 "나 요새 괜찮아 보여?"라고 물어봐도 좋겠다. 매일 셀카를 찍어보는 것도 좋다. 저마다 맞는 방법을 찾고 그것을 매일 해보면 된다.
설령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와도 괜찮다. 오히려 그 대답이 더 낫다. 나를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는 내가 내 편이 되는 거다.
"와.. 속상할 만하네.", "걔 왜 그런데?",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다 보면 남 탓을 하는 게 패턴화 되고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기 때문에 권하진 않는다. 대신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이 한마디면 곧 터질 것 같던 풍성이 푸슈욱 소리를 내며 바람이 살짝 빠지는 느낌이다.
이것은 남을 탓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그러함을 인정하고, 나 스스로도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결과이다. 내가 인식한 나의 외부 상황에 대해 판단이나 감정의 동요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프레임이 된다. 저 말을 '자기 위로' 또는 '정신승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대답은 "그럴 수도 있지"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니까.
혹시 잠들기 전에 눈을 감았을 때
'아, 아까 전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열받네.'
'왜 다들 나한테만 그래?'
'나 빼고 다 즐겁게 사는 것 같아' 등등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 같이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