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ech Pause

정보의 바다, 진실은 어디로 가는가

AI 시대 소통의 위기와 대응책

by 오유나

유발 하라리 내한 강연 250413 : https://www.youtube.com/watch?v=9deB6qoCGaQ

타임스탬프: 00:28:31 ~ 00:31:40


허구가 진실을 이기는 시대

유발 하라리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진실도 잘 퍼질 것”이라는 낙관에 대해 강한 경고를 던집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In a competition between costly, complicated, and painful truth and cheap, simple, flattering fiction, fiction wins.”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며, 때로는 고통스러운 진실과 값싸고 단순하며 듣기 좋은 허구가 경쟁하면, 허구가 이깁니다.”


여기서 그가 지적하는 것은 단순한 콘텐츠의 품질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 그리고 정보를 정렬해주는 시스템 그 자체가 진실보다 허구를 우선시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필연적으로 감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콘텐츠, 예측 가능한 이야기, 단순하고 극단적인 주장에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그리고 AI는 이 구조 안에서 ‘참인지 아닌지’보다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기 시작합니다.

결국 하라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흐름이 사회 전체의 대화 능력(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맥락을 설명하고, 복잡한 문제를 함께 숙고하는 능력)을 점점 약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 떠오른 장면 하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습니다.
실무에서 데이터를 다룰 때, 때로는 '사실'보다 '설득력 있는 시각화'가 더 많은 힘을 갖는 순간들입니다.

팀 회의에서 복잡한 데이터를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울 때, 간단한 차트 한 장이 모든 판단을 이끌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설명의 맥락이나 수치의 불확실성은 종종 생략되고, 깔끔한 메시지가 ‘정답’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건 단순히 효율적인 의사결정의 도구처럼 보이지만, 하라리가 말하는 “단순하고 듣기 좋은 허구”와 닮아 있습니다.


만약 AI가 이런 판단 기준에 따라 정보를 큐레이션한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정보는 더욱 편향되고 단편적인 방향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제고해볼 점들

개인 차원에서, 우리는 더 적극적인 정보 탐색자로서의 태도를 회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피드만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구독하거나 찾아 나서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뉴스 앱이나 커뮤니티의 타임라인에서 벗어나, 직접 읽고 비교하고 맥락을 찾아보는 연습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진실은 대체로 단순하지 않고, 때로는 불편하며, 무엇보다 인내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들더라도, 다르게 말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복잡함을 견디는 연습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단지 기술적 능력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합니다.
문해력은 클릭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맥락과 감정을 분리해 읽을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사실 기반의 정보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절실하며,
팩트체크 기관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국제사회 차원에서도, AI 기반의 조작 콘텐츠와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한 공동 대응 기준이 필요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플랫폼 기업에게 책임 있는 알고리즘 설계 원칙을 요구할 수 있는 국제적 장치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뉴스, 이 글, 이 콘텐츠는 누가 나에게 보여주기로 결정한 것일까?
내가 믿고 있는 생각은 진정한 ‘내 생각’인가, 아니면 기술이 설계한 프레임 안에서 만들어진 믿음인가?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질수록, 우리는 조금 더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화의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AI는 도구를 넘어선 존재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