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유발 하라리 내한 강연 250413 : https://www.youtube.com/watch?v=9deB6qoCGaQ
타임스탬프: 00:42:23 ~ 00:45:48
유발 하라리는 인간과 AI의 본질적인 차이를 ‘리듬’에서 찾습니다.
인간은 유기체이며, 생물학적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한 수면 주기를 유지하고, 계절과 환경에 따라 활동량이 달라지며, 무엇보다 회복과 휴식을 필요로 합니다. 반면 AI는 그 어떤 주기도, 쉼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AI is not organic. It has no cycles. It never needs to rest or sleep. As AI takes over more systems in the world, it doesn’t give us time to rest or to adapt.”
“AI는 유기체가 아닙니다. 주기가 없고, 쉬거나 잘 필요도 없습니다. AI가 더 많은 시스템을 장악할수록, 우리는 쉴 틈도, 적응할 시간도 갖지 못합니다.”
기계는 멈추지 않고 학습하고, 예측하고, 업데이트됩니다. 그 속도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며, 그 속도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실시간으로 반응할 것을 요구받고,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게 됩니다. 정보 과잉, 판단 피로, 디지털 번아웃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우리는 어느새 ‘쉬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지 과로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오히려 우리는 생각할 시간, 이해할 시간, 되물을 시간을 잃고 있습니다.
하라리는 이를 피로 사회의 구조화라고 지적하며, 매일 두 시간의 명상과 매년 한두 달의 수행을 통해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기술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실천이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인간은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깊이 있는 사고, 창의성, 감정의 연결, 공동체성은 속도에서가 아니라 리듬에서, 반복과 성찰의 시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지냅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디지털 감속 루틴(slow tech practice)을 생활 속에 의도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상, 저널링, 산책, 독서처럼 ‘반응’이 아닌 ‘사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기술 기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일수록, 속도에 쫓기는 대신 속도를 내려놓는 연습이 더 절실합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디지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속도 상한’ 정책, 혹은 최소 휴식 보장 제도가 논의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연결되고 반응해야 하는 노동 구조는 장기적으로 생산성과 창의성 모두를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교육 역시 속도가 아닌 집중과 사유를 훈련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디지털 피로를 다루는 공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합니다.
국제사회 차원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요구하는 속도에 대해 기준을 세우고, 국제 노동 기구(ILO) 중심으로 디지털 피로 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의 혜택이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라면, 그 기술로 인한 과속에서 인간을 지켜낼 장치 또한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걸 모르면 뒤처질 것 같다'는 압박감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프레임워크가 바뀌고, 모델이 새로 등장하고, 도구가 업데이트되면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고, 어느 순간 학습은 흥미가 아니라 생존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속도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은 점점 흐려집니다.
기술을 다루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의도적으로 멈추고, 되돌아보고, 나만의 리듬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기계는 멈추지 않지만, 인간은 멈춰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속도에 대한 저항은 비효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설계일지도 모릅니다.
기술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은,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감정은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나요?
AI의 속도와 인간의 리듬이 함께 공존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회복해야 할까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질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