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귀한 사람이에요.

by 오유나

"귀하다"라는 말을 요즘 자꾸 곱씹게 된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에게 직접 건네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드라마 속 수라상이나 기사 제목에 나오는 귀한 산삼처럼
어딘가 귀하고, 희소한 무언가를 수식하는 데에나 쓰이는 말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 외에도 어쩌다 마주쳤겠지만,
나에겐 늘 스쳐 지나가는 풍경 같은 단어였다.

그런데 최근, 한 사람이 내게 자주 그 말을 건넸다.

“정말 귀한 분이에요.”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게 참 귀하네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넘겼다.
익숙하지 않은 말투였고, 조금 문어체 같은 느낌도 들었으니까.
예의 바른 표현이려니, 정중한 말버릇이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마음 한구석에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스며들었다.


‘귀하다’라는 말은 어떤 온도를 가졌을까?


자꾸 곱씹게 된다.

단순히 ‘희귀하다’ 거나 ‘소중하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무엇이 있었다.
그 안에는 감사와 존중, 그리고 대체 불가능함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귀하다”라고 말해주는 건,
내가 한 일이나 보여준 결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존재 그 자체를 향한 긍정과 애정을 담은 말이라는 걸,

뒤늦게야 알아차렸다.


그제야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는 지금껏 이 단어에 무심했을까?
왜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말에 스며들기 전까진 이 단어의 온기를 몰랐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멋있다’, ‘좋다’, ‘대단하다’ 같은 말엔 익숙하다.
하지만 ‘귀하다’는 어딘가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고,
진심이 담겨야만 꺼낼 수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깊게 남는지도 모르겠다.


흔하지 않기에, 더 마음에 박히는 말.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당신은 정말 귀한 사람이에요”라고 건넬 수 있을까?
그 말이 가진 힘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언젠가 꼭 전해보고 싶어졌다.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
차가운 말 한마디가 하루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따뜻한 한 문장이 오랫동안 마음을 지탱해 주기도 한다.

‘귀하다’는, 내게 그런 말이 되었다.

그 한 마디가 내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고,
말이라는 것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요즘은 문득문득 생각한다.

내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말들 중에도 이렇게 ‘귀한’ 말들이 더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아직, 그 말들의 온도를 몰랐을 뿐.

그리고 바란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진심으로 건넬 수 있기를.

그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