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인가, 플랫폼 제국의 확장인가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는 기술은 정말 모두를 위한 것일까?”
2025년 Stanford HAI AI Index Report에 따르면, GPT-3.5 수준의 모델을 사용하는 비용은 18개월 만에 무려 280배 이상 감소했다. 예전에는 백만 토큰을 처리하는 데 20달러가 들었다면, 지금은 단돈 0.07달러면 충분하다. Google의 Gemini 1.5 Pro API가 그 가격 하락의 상징적인 사례다.
이 정도면 “AI의 민주화”라는 말을 쓰고 싶어진다.
누구나, 언제든, API 하나만 열면 고성능 AI를 바로 불러 쓸 수 있다.
번역, 요약, 이미지 생성, 코딩까지.. 이제는 클릭 한 번이면 된다.
기업들도 저마다 ‘AI 내장형 서비스’를 내세우며 새 기능을 론칭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이게 민주화일까?
보고서가 보여주는 건 기술 비용의 하락일 뿐, 기술 통제력의 분산은 아니다.
AI 모델의 핵심은 여전히 특정 소수 기업들의 손에 있다.
OpenAI, Google, Anthropic 같은 기업들은 “오픈된 접근성”을 내세우지만,
정작 학습 데이터셋, 모델 학습 코드, 하이퍼파라미터 구성, 심지어는 추론 방식조차도 공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GPT-4는 여전히 블랙박스 상태다. 이름은 ‘GPT’지만, 어느 시점부터 그것은 더 이상 ‘오픈(Open)’도 ‘프리(Free)’도 아닌, ‘허가된 사용자만 접근 가능한 유료 API’로 바뀌었다.
즉, 우리는 기술의 ‘사용자’가 되었지만, 기술의 ‘참여자’는 되지 못한 셈이다.
‘모두가 접근 가능하다’는 서사는 그 자체로는 희망적이지만,
누가 그 문을 설계했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API는 열렸지만, 그 플랫폼은 기업 서버 안에서 돌아간다.
모델을 부르고, 데이터를 입력하고, 응답을 받는 동안 우리가 실제로 제어할 수 있는 건 입력값뿐이다.
보고서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런 API 기반 LLM 확산은 결국 “소수 기업 중심의 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기술 민주화가 아니라, 기술 제국주의의 API 버전일 수 있다.
나는 이 보고서를 보며 '기술의 민주화'가 정말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 모두의 권리와 역량을 확장하고 있는지 되묻게 되었다.
예를 들어, 오늘 당신이 AI를 사용해서 번역기를 만들었다고 하자. 그건 당신이 만든 것일까, 아니면 OpenAI나 Google이 제공한 "기능을 조합한 것"일까? 기술에 ‘창의성’을 더했다기보다, ‘API 호출 횟수’를 늘린 것은 아닐까?
우리가 기술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은 플랫폼이 우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24년은 확실히 ‘AI 대중화의 해’였다. 그러나 그것이 곧 ‘AI 권한의 분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AI를 쓰고 있나요?
그 기술을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혹시, 사용할수록 더 많은 권한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싼 AI’는 분명 우리 곁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어떻게 쓰고, 누가 쓰고,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는 여전히 평등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는 단순한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참여의 가능성과 통제의 주체성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당신이 오늘 호출한 API는 누구의 것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