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을 요즘처럼 실감하게 되는 나날이 있었을까요? 방탄소년단이 세계에 K-POP의 위상을 드높였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리고 최근에는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콘텐츠 이면에 또 그림자처럼 표절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는 표절 관련 이슈를 개괄적으로 다뤄보고, 그중 특히 영상콘텐츠를 둘러싼 표절 문제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영상콘텐츠를 둘러싼 표절 문제를 심층취재 하고자 하는 기자 ID ‘표절은 가라ㅇ’님 과의 온라인 인터뷰 내용입니다. (* 아래는 가상 인터뷰 내용입니다)
Q. 표절은 가라ㅇ : 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K-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표절 이슈들이 있지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김변호사 : ‘기생충’은 정말 제 인생 영화였지요. 최근 ‘오징어게임’은 저도 정말 재밌게 보았구요!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둘러싸고, 중국 주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여우쿠가 제작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오징어게임’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요. 이러한 중국 OTT의 표절의혹은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서 보도가 될 만큼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어요. 정말 화가 나는 부분이지요!
그런가 하면 또 반대로 최근에는 우리나라 네이버 금요 웹툰 ‘엽사:요괴사냥꾼’이 일본의 인기 만화 ‘귀멸의 칼날’과 설정이 유사하여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기사화되었어요. 두 만화 모두 요괴가 사람을 잡아먹는 시대라는 점, 그 요괴를 잡으러 다니는 요괴사냥꾼의 존재, 주인공 소년이 뛰어난 후각을 지녔다는 점 등 유사한 설정으로 표절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지만, 또 일각에서는 해당 설정들이 요괴를 소재로 한 소년 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 라면서 표절 논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지요.
어찌되었거나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OTT 등을 통해서 콘텐츠들이 시시각각 전세계에 공유되는 현재, 이제 ‘표절논란’도 탈국가적인 양상을 띄고 있고, 다양한 갈등을 낳고 있어요.
Q. 표절은 가라ㅇ : 가장 기본적인 개념부터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표절’이 무엇이지요? 법적으로 ‘표절’인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요?
A. 김변호사 : 표절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를 말하지요. ‘표절’은 법적인 용어는 아니고 도덕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즉 ‘표절’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가 유사한 영역까지 포괄하여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이기에, ‘표절을 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가 판가름 나기 전까지 ‘저작권 침해’는 아닐 수 있지요. 그렇기에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지요. 우리 인간들은 다들 고유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또 같은 인간이기에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들을 공유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세상에 완전히 독창적인 완전무결한 저작물은 가정하기 힘든 부분이지요. 사실 TV드라마들을 보더라도 남녀 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사랑을 비슷한 클리셰로 다루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얻어낼 수 있지만, 또 각각 TV드라마들이 갈등을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김치 싸다구’와 같이 독창적인 장면을 연출해내기 때문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하여 법적 가르마를 타기 위해서 ‘저작권법’이 존재하고, 또 사법부(법원)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표절’에 대한 도덕적인 논란, 비판과 별개로, 법원은 ‘저작권법 위반’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답니다.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55068 판결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나 2차적저작물 작성권의 침해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의거관계는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추정할 수 있고(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참조), 특히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이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같은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의거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두 저작물 사이에 의거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는 서로 별개의 판단으로서, 전자의 판단에는 후자의 판단과 달리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표현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 등이 유사한지 여부도 함께 참작될 수 있다(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5다44138 판결 참조)”
즉 법원은 A저작물이 B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 A저작물이 B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의거관계)과 A저작물과 B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실질적 유사성)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A저작물이 B저작물을 보고 만들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의거관계’에 대한 판단인데, B저작물이 창작되기도 훨씬 전에 A저작물이 창작되었다는 것이 인정되면 의거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다음으로 A저작물과 B저작물이 얼마나 유사한지에 대한 판단이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판단인데, 통상 현저한 유사성이 인정되면 의거관계가 추정되기도 한답니다.
Q. 표절은 가라ㅇ : 만약 A저작물이 B저작물이 창작되기 이전에 창작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의거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겠네요! 그런데 실질적 유사성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지요?
A. 김변호사 : 맞습니다 :) 이해가 빠르시네요! 통상 저작권 위반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판단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다만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할 때 법원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저작물의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기준에서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고 있어요. 그래서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대한 주요 판례를 두 가지 정도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어떤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 저작물이 되었다면, 이는 창작으로서 기존의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하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이므로, 복제권 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2도10786 판결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의 과정에서 원저작물이 그대로 복제된 경우, 새로운 저작물의 성질, 내용, 전체적인 구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저작물이 새로운 저작물 속에서 주된 표현력을 발휘하는 대상물의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에 종속적으로 수반되거나 우연히 배경으로 포함되는 경우 등과 같이 부수적으로 이용되어 그 양적·질적 비중이나 중요성이 경미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에서 원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느껴진다면 이들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법원을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아이디어’의 영역이 아닌,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저작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였을 때, 그 표현형식을 통해 실질적 유사성을 판단하고 있지요.
Q. 표절은 가라ㅇ : 그렇다면 ‘표절같다’는 주관적 심증이 있을 수 있으나, 법원에서 정식으로 ‘저작권 위반’으로 판단받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겠네요.
A. 김변호사 : 맞습니다. ‘저작권’이라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저작권법의 특성상, ‘아이디어’ 자체로 그 보호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면 오히려 창작활동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부터 저작물을 둘러싼 표절 시비는 여러 차례 있어 왔습니다. ‘드라마’로만 한정하여 살펴보아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만화 ‘바람의 나라’ 간, MBC 드라마 ‘의가형제’와 일본 후지TV 드라마 ‘뒤돌아보면 녀석이 있다’ 간, KBS 드라마 ‘아이리스’와 일본 소설 ‘후지산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 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간, SBS 드라마 ‘별을 쏘다’와 일본 후지TV 드라마 ‘롱베이케이션’ 간, tvN 드라마 ‘화유기’와 네이버 웹소설 ‘애유기’ 간 표절시비가 있었고, ‘드라마’로 한정하지 않으면 그 예는 더욱 많지요. 하지만 이렇게 표절시비가 있었던 사안 중 표절 혹은 저작권위반이 인정된 건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999년경 MBC 드라마 ‘청춘’은 일본 후지TV 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 표절의혹을 인정하고 조기종영 되었고,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이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한 것으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되고 대본을 집필한 작가가 방송작가협회에서 제명당하기도 하였지요.
Q. 표절은 가라ㅇ :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알 것 같으면서도 또 딱 잘라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저작권 위반’이네요. 앞으로 제작되는 영상콘텐츠들이 최소한 이러한 표절시비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김변호사 : 그렇습니다. 요즘은 정말 OTT들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만큼 많은 OTT 플랫폼이 있지요. 이렇게 더 많은 영상콘텐츠들이 더 자주 공유될수록 자연스럽게 영상콘텐츠들의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 범주도 탈국가적인 양상을 띄고 있어요.
이런 때 중요한 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판권 산업’이지요. 저작권을 가진 사람과 계약하여 그 저작물의 이용, 복제, 판매 등에 따른 이익을 독점할 권리를 사오는 것을 흔히 판권 계약이라고 하는데, K-콘텐츠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높아질수록 K-콘텐츠의 판권수출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규모도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유명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내년 초 일본에서 리메이크돼 OTT 아마존프라임으로 공개될 예정이고, 영화 ‘기생충’은 미국 방송사 HBO의 오리지널 시리즈로도 제작되고 있지요. K-콘텐츠, 그 중 특히 영상콘텐츠들은 독창성과 보편성이 높고, 세계의 많은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판권을 구입하여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그 누구도 ‘저작권 위반’, ‘표절시비’를 걸 수 없겠지요. 비슷한 아이디어, 창작적 표현을 차용하더라도, 또 제각각 시대와 문화적 환경에 맞추어 다양한 창작적 표현이 첨가되고 변형되기 때문에, 저작물이 다양해지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에요. 또 판권수출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입은 다시금 콘텐츠산업에 투자되어 더욱 좋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순환이 될 수 있겠지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작물의 무단 도용 역시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표절과 무단도용의 단어가 혼재해서 쓰이고 있는데 그 둘은 확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표절의 경우, 한 저작물의 일부를 카피하는 등의 ‘유사성’을 띄는 반면 무단 도용의 경우 저작물 전체를 그대로 옮겨와 제공자의 이름만 바꾸는 수준으로 그 사안이 더 심각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저작물을 불법으로 복사하여 배포하거나 개인 창작물로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창작물을 제작하고자 할 때, 특정 자료의 사용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권자와의 협의∙허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국민의 공적 자료 사용 자유성을 부여하고자 시행하고 있는 것이 ‘공공누리’입니다. 공공누리는 저작물의 사용범위, 출처를 저작물에 명시하고 있어 별도의 절차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민 대상으로 오픈된 무료 저작물이기 때문에 자료의 사용범위를 준수하고 출처를 기재한다면 도용 등의 문제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문, 이미지, 영상, 음원, 미술 등등 그 분야도 다양하여 활용폭이 넓은 편입니다.
공공누리▶ https://www.kogl.or.kr/index.do
앞으로 표절시비 없이 많은 K-콘텐츠들이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더욱더 발전해서 우리를 울고 웃기는 좋은 콘텐츠들을 더 자주 만날 수 있길 김변호사도 함께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