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아직 못 먹어봤는데요?
술자리에 다녀온 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두바이 과자가 뭐야?"
"두바이 쫀득 쿠키 말하는 거야?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오늘 공구아저씨가 서울 사는 딸내미가 그거 사가지고 왔다고 자랑을 하더라고!"
앗 이런 또 누군가 효도를 해 버렸구먼.
아저씨들의 대화는 귀족 영애들의 대화와 비슷하다.
'아니~ 나는 필요 없다고 했는데 우리 와이프가~'
'우리 딸이 이게 그렇게 유행이라고~'
'허허 참 이게 좋은 거야? 그래? 별것도 아닌데.'
무한도전에 나온 하하 세계관과 비슷하다.
'세상 좋은 것들이 내 주변에 있지만 나는 그걸 몰라!
근데 주변에서 자꾸 나한테 가져다줘!
하하 이것 참 곤란하네~' 이런 느낌으로 대화가 이어지곤 한다.
"아빠도 두바이 쫀득 쿠키 먹어보고 싶어?"
"자랑을 하니까 궁금은 하더라고?"
저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속 스위치가 딸깍- 켜지는 것 같았다.
"궁금해? 알겠어. 내가 꼭 구해볼게."
그렇게 나는 아빠에게 두바이 쫀득 쿠키를 반드시 구해다 주겠다는 결심을 했고,
일주일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 결심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진짜 미안)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무렵, 갑자기 어렸을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유치원 때의 일이다.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다른 친구들이 바비인형이나 세일러문 요술봉을 받을 때
나는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분명히 나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산타할아버지 웨딩피치에 나오는 릴리 변신 립스틱 꼭 갖고 싶어요.'라고 편지를 썼는데.
그래야 애들이랑 웨딩피치 놀이를 할 수 있는데.
속이 너무 상했지만 집에 돌아와 크리스마스 선물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는 엄마아빠를 보면서
책을 받아서 참 좋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가 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그때 아이들이 받은 선물은 각자 부모님들이 준비한 것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때 그렇게 말해서 참 다행이었다고 안도했다.
엄마아빠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다고 편지를 쓴 유치원생 딸에게 책 한 권만 겨우 사서 보낼 수밖에 없었던 마음은.
두바이 쫀득 쿠키 한 알을 구해보려고 애써본 요 며칠 그때의 기억이 났다.
내가 속이 상했던 만큼 엄마아빠도 속이 많이 상했겠구나.
해주고 싶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 일이구나.
쿠키 한 알에 별 생각을 다 하네, 그렇게 되뇌기도 했지만.
그냥 엄마아빠는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하는 탄식과 궁금함이 뒤섞인 마음이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두바이 쫀득 쿠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PS.
집 근처 카페에서 12시부터 현장판매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효도하는 캥거루는 11시부터 가 줄을 서 있을 예정이다.
PPS.
1월 20일 현재까지 아직도 두바이 쫀득 쿠키를 구하지 못했다.
차라리 두바이를 직접 가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