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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Oct 02. 2021

save days 1. 오늘을 아끼기로 했다

어쩌면 나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작전명. 세이브 데이즈


오랜기간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와 같은 물음을 스스로에게 무수히 많이 던졌다.

특히 인생에서 큰 플랜을 다짐하고 스스로에 대한 브랜딩을 하고자 마음 먹은 뒤부터 그랬다.

회사에서 브랜딩을 할 때도 어려웠는데,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명확한 지표가 나와있는 것도 아닌, 니즈 분석을 할 수 있는 타겟이 여럿도 아닌

오직 나 하나를 분석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죄다 주관적인 견해뿐이니 난해했다.


그래도 해내야 했다. 하고 싶었다.

사실은 조금은 더 나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지금의 모습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의 정체성을 한줄로 정의하고, 이를 셀프 브랜딩에 적용하고 싶었다.

늘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고 채찍질을 하던 내가 처음으로 '나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라고 인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 누구에게 인정을 받는 것보다 기쁜 일이었다. 그 계기는 명상과 책 한 권이었다.

수면장애를 겪으며 수면명상, 특히 긍정확언 명상이나 감사명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의 꽃씨가 뿌려졌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 꽃이 무럭무럭 자라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꾸어주었다.

어떤 책을 읽은 뒤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송두리째 바뀌었고,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깨달은 것은 '오늘 하루를 더 감사히 생각하고, 아끼자'라는 것이었다.


주어진 오늘과 스스로를 아끼기 시작한 건 부끄럽게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올해 6월쯤이었던 것 같다.

작년부터 올해초까지는 혼란스럽고, 무한한 무기력에 빠져지냈다. 

그 누구보다 의욕적이었고 도전하기 좋아했는데 겁이나서 시작조차 못하는 모습이

더 깊은 우울의 동굴로 이끌었다. 돌이켜보면 그땐 유난히 조급했다. 지나보니 차근차근 잘 해오고 있었는데, 취업 준비라는 것이 늘 그렇듯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기에 불안했다. 

조금 더 솔직히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취업 소식이 들려오니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맞다 생각해보니 취업 보단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졸업 전에는 후배들에게 '졸업 전에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졸업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라고 

쿨하게 말했던 자신감 있던 선배는 이제 없었다. 

모든지 남들보다 잘 하고 싶었던 욕심쟁이었던 터라 취업도 늦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취업의 길로 일단 뛰어 들어갔다.


회사를 다니며 큰 프로젝트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더 큰 행운은 나를 진심으로 좋은 동료라고 생각하는 팀을 얻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마음 깊숙한 곳에 현실과 타협하며 숨겨둔 진심이 들렸다.

그날은 노을이 유난히 예쁘게 지던 퇴근길 위에 있었다.


유달리 진하던 일몰 빛을 보며 행복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하루 겨우 살아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저녁 노을을 볼 수 있는 때인데, 퇴근 버스를 기다리면서 잠시 보는 것이 다인 삶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이미 까맣게 물든 하늘만 있는 삶이었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할 쯤에는 바닥만 보고 걸었고, 이따금 뚜렷한 이유없이 눈물이 돌았다.

문득 억울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고

억지로 해내는 일로 가득채운 하루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은연 중 결심을 했다. 앞으로는 하루를 더 소중히 대하겠다고.

매일 내면의 속마음을 잘 들여다 보겠다고.


그렇게 시작한 '작전명. 세이브 데이즈'.

앞으로 또 어떤 욕심이 생겨서 마음이 변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오늘' 지금 이 순간을 더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끝날 것 같지 않던 우울의 동굴에서 탈출했고, 

주변에 사랑하는 모든 이가 조금만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하며 보낸다.

그리고 그때의 그 결심을 잊지 말기를, 

오늘을 더 사랑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걸 소홀히 하지 말기를 바라며 세이브 데이즈 기록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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