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께 듣고 싶었던 말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by 감성부산댁

얼마 전, 아버지께서 큰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올라가셨다.

그리고 오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조심스레 입을 여셨다.

“암이래.”

자세한 건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수술이나 항암치료는 피하기 어려울 거라고 하셨다.


그동안 스스로의 몸 상태를 의심하며 자료를 찾아보고, 마치 의사처럼 병을 설명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설명을 듣는 게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앞으로의 치료 일정을 이야기하시면서 부득이하게 어머니가 수고를 하실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그 말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너무 간절해서 차마 나오지 못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힘든 병이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관리 잘해서 꼭 이겨내 보겠다. 할 수 있다. 지켜봐 달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싶었다.

가족을 안심시키는, 스스로를 믿는 한 마디.

그동안 나는 여러 번 말했다.

의사 말씀 잘 듣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죽음의 문턱 앞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 있었던 나의 원동력도 결국 ‘나는 살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행복도, 회복도, 기적도 결국은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 깨달음은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더 단단해졌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기다린다.

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그 한 마디를.

“나, 해보겠다.”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병의 진행 속도도, 치료의 결과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할 수 있다.

마음을 선택하는 것.

절망 대신 희망을, 두려움 대신 의지를 택하는 것.

긍정은 현실을 외면하는 말이 아니다.

현실을 인정한 뒤에도 스스로를 믿겠다는 선언이다.

기적은 거기서 시작된다.


이 글이 아버지께 닿지 않더라도 괜찮다.

대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깨닫기를 바란다.

힘든 상황 속에서 우리가 마지막까지 붙들 수 있는 건

환경도, 조건도 아닌 ‘나는 해낼 수 있다’는 한 문장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오늘도 기다린다.

아버지의 긍정이 담긴 그 한 마디를.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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