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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링 Apr 21. 2016

냉장고를 없앴다

격렬한 고민 끝에 인터넷도 끊었다

혼자 살고는 있지만 21세기에 냉장고 없이 살기라니.


폭풍 검색해봤다. 따라 할만한 ‘롤모델’은 없었다. 독일에서 생활하는 한 부부의 사례를 담은 기사를 찾았지만 이내 좌절했다.


내가 사는 곳은, 흐려지긴 하지만 어쨌든 4계절이 있는 한국, 서울이다. 추웠다, 더웠다, 습했다, 건조했다, 널뛰기 하는 곳.


특히 내가 사는 원룸에는 냉장고 대용으로 활용할 만한 ‘건조하고 서늘한’ 창고가 없다.


결국 ‘그냥’ 해보기로 결심했다.


냉동실에 죽어있는 닭찌찌살을 꺼내고, 탱글탱글 잘 얼어있는 냉동만두도 꺼냈다. 언젠가 아이스크림 대신 먹겠다며 사뒀던 냉동 망고도 꺼내고, 밥 비벼 먹을 때 맛있다며 쟁여둔 낫또도 꺼냈다. 전부 음식물쓰레기봉투에 버렸다.


구석에 쳐 박혀, 있는 줄도 몰랐던 식빵도 꺼냈다. 치즈가 될 뻔한 우유도 꺼내고,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묵은지도 꺼냈다. 역시 몽땅 버렸다.


그리고.


냉장고 코드를 상쾌하게 뽑았다.


최소 올 여름이 지날 때까진 냉장고 없이 살아볼 것이다. 시원한 물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수를 사왔다. 한 병 뜯어 물을 마셨다. 그러다 가만 든 생각. 이래가지곤 냉장고를 안 쓰는 의미가 없잖아.


가스 불을 켜고, 물을 끓였다. 팔팔 끓였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가만히 식혔다. 까먹고 있다 목 마를 때 쯤 마셔봤다. 괜찮은데?


일단 물은 확보했다.


적어도 혼자 먹을 때 만큼은 채식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냉장고 없이 살기.


음식물쓰레기 양산의 일등공신, 냉장고. 없이 살기.


잘 할 수 있을까??!


인터넷 끊기 에피소드도. 조만간 풀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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