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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링 Sep 27. 2016

냉장고를 다시 사다

식비의 압박

여름이 다 가고 시원해질 때쯤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냉장고를 사기로 한 것.


이유는 단순했다. 식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이전에는 냉장고에 보관해둔 채소, 냉동식품 등을 먹지 않고 쌓아둬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이를 피하기위해 냉장고를 팔고 거의 매일 장을 봤는데 식단이 점점 초라해짐을 느꼈다. 건강도 안좋아지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8월 쯤 온몸에 두드러기가 엄청 나면서 나는 냉장고를 더 갈망하게 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썩기 전에 먹어야된다는 생각으로 많이 먹은 가지 때문일수도, 그날따라 많이 먹은 마늘 때문일 수도. 그치만 한달 여 쯤 지난 지금 돌아보니 둘다 아닌 것 같다. 알 수 없지만, 면역력이 약해진 것만은 틀림없다.


결국 냉동고가 딸린 냉장고 중 가장 작은 놈을 인터넷으로 질러 버렸다.


햇반을 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도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쯤 밥을 왕창 지은 다음 소분해 냉동해두고 데워먹으면 밥값을 아낄 수 있다. 플라스틱에서 나올 환경호르몬....은 데우는 그릇 때문에 그대로 일까? 어찌됐든 햇반보다는 몸에 좋을 것 같다.


먹고싶었던 냉동만두도 사고, 병아리콩도 삶아서 소분해 냉동했다. 때마다 꺼내 데워먹으면 된다.


냉동식품을 위해 전자렌지도 샀다. 이미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점을 인정해야했다. 다만 쓰지 않을 때는 반드시 코드를 뽑고, 아주 간단한 데우기 용도로만 쓸 예정이다.


냉장고에서 음식이 썩는 일을 줄이기 위해 한 번 장을 보면 당분간 냉장고 음식을 먹기로 했다. 일명 '냉파' 냉장고 파먹기란다. 솔직히 장을 몇번 안 본것 같아도 혼자 살면 냉장고 음식으로 며칠이나 해 먹을 수 있다. 어묵국 한그릇 만드는 데 들어가는 어묵은 딸랑 한장이다. 밖에서 사 먹으면 비싸고 너무 자극적이다. 떡볶이 떡을 사다놔도 며칠은 먹는다. 떡은 사랑입니다.


채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점. 유제품을 몇개 사다놓고 먹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너무 좋았다. 과일도 꽤나 오래 보관할 수 있어 더 없이 좋았다.


이쯤되면 전기세가 걱정될 법도 하지만 나는 그 점을 고려해 1등급 제품을 샀다. 작은 냉장고이기 때문에 한달에 2000원도 나오지 않는 식이었다. 몰론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똑똑하게 쓰기로 했다. 냉장고도, 전자렌지도. 분명 현대인의 필수품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알뜰하게 현명하게 이용해야지. 킁킁.


그리고, 미니 세탁기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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