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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링 Sep 27. 2016

미니세탁기로 합의하다

탈수가 문제다

냉장고에 이어 미니세탁기도 질렀다.


놀러온 조카가 비웃을만큼 아주 작은 세탁기다. 약간 장난감 같기도하고. 세탁통이랑 탈수통이 각각 있는 구조다. 사실 이사오기 전 써본 경험이 있다. 그때는 전자동 세탁기가 너무 갖고 싶었는데 ㅎㅎ 재밌는 변화다.


3kg도 안된다. 탈수까지 생각하면 그렇다.


그래도 티셔츠 5장? 정도는 들어간다. 거침없이 돌아가는 빨래통을 보면서 몇장 더 넣는다. 속옷 등은 손빨래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대략 1주일에 1번이면 족하다. 세탁과 탈수를 수동으로 그때그때 설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좀 번거롭지만 그래야 물과 전기를 아낄 여지가 생긴다.


처음에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세탁기를 찾아헤맸는데 국내에선 살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마존 직구로 사면 가능은 하지만 생각보다 세탁기가 비쌌다. 더구나 탈수기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언젠가 맷돌 돌리듯, 다이소

야채탈수기처럼 수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가 개발되길 바란다.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그건 무리였다.


세탁기를 돌려도 15분 정도면 세탁이 깔끔하게 완료됐다. 이상적인 시간이다. 손으로 하면 더 짧을 수는 있지만.


한가지 규칙을 정했다. 여행에서 돌아오거나, 일이 너무 많거나, 몸이 안좋거나 여튼 힘든 날에는 세탁기를 쓰기로 했다.


컨디션이 좋아 오늘은 뭔가 운동이 하고 싶다! 하는 날엔 이전처럼 손으로 옷을 세탁하기로 했다. 손세탁이 주는 깔끔함과 뿌듯함은 사실 생각보다 크다. 다만 매번 손세탁으로만 빨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좀 스트레스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에너지를 아끼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연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옷의 가지수를 줄였더니 세탁의 부담이 덜했다. 꼭 입고 싶은 옷은 손빨래로 바로 해결했다. 한두가지 옷은 굳이 손으로도 탈수하지 않아도 욕실에 걸어두면 금방 말랐다. 이렇게 생활하면서 안입는 옷이 쌓이면 버리면 그만이었다. 깨끗하게 세탁해 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더이상 입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세탁해야한다는 스트레스도 받을 필요가 없다.


컨셉은 단순하게. 하지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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